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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뚝배기 하실래예” 유행어만 남은 추억의 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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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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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뚝배기 하실래예?”

오뚜기 카레면은 세 번째 도전장 #부대·김치찌개면도 단종 뒤 부활

2009년 방송인 로버트 할리가 농심 ‘쌀국수뚝배기’ 광고에 출연해 남긴 이 한마디는 유행어가 됐다. 2년 후, 유행어는 남았지만, 제품은 사라졌다. 쌀국수뚝배기는 2011년 단종됐다. 농심 내부에서는 ‘시대를 앞서간 불운의 라면’으로 평가받는다.

쌀국수뚝배기는 쌀 함량이 90% 이상인 쌀면을 쓰면서 기름에 튀기지 않는 건면 제품이었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들의 기호는 일반 튀긴 라면(유탕면)에 치우쳐 있어 건면 시장은 좀처럼 확대되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농심에서 완성도 높은 건면이나 쌀면 제품이 판매되는 배경에는 쌀국수뚝배기 같은 초창기 다양한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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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출시됐던 농심 ‘까만소’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라면이다. 당시 소고기를 원료로 아주 깊고 진한 맛을 냈다는 의미로 까만소라고 이름을 붙였다.

두 번 단종됐지만 세 번째 도전장을 내민 라면도 있다. 오뚜기의 카레 라면이다. 오뚜기는 먼저 2007년 ‘백세카레면’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였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결국 생산을 중단했지만, 2014년 끈질긴 연구 끝에 다시 ‘카레라면’을 들고 나왔다. 몸에 좋은 강황이 들어있다는 걸 내세웠지만 단종을 피할 수 없었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보았지만 오뚜기는 지난 7월 기존 제품보다 걸쭉해진 ‘카레면’으로 세 번째 승부수를 띄웠다.

추억의 라면으로 사라지는 듯했지만 보란 듯이 부활하기도 한다. 농심의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은 1999년 출시됐다가 2011년에 사라진 농심 ‘보글보글찌개면’을 업그레이드해 선보인 제품이다. 2016년 부대찌개면이 새롭게 시장에 나오자 오뚜기와 팔도에서도 신제품을 출시해 부대찌개 라면 열풍이 불었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선보인 ‘김치찌개면’도 1993년에 세상에 나왔던 ‘김치라면’이 리뉴얼돼 부활한 제품이다. 김치라면은 생산이 중단됐지만, 돼지고기 육수 맛을 살려 김치찌개 면으로 재출시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왔거나 유행에 맞지 않아 사라진 제품도 있고,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재출시되거나 인기를 다시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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