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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로드] 봉지면 추격하는 컵라면…컵라면 부동의 1위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컵라면이라 불리는 용기면이 봉지면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1인 가구와 10·20세대가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많이 찾으면서다.

2일 업계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라면 시장에서 용기면의 매출 비중은 32%였는데 3년 만에 36.5%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68%를 차지했던 봉지라면 점유율은 63.5%로 하락했다.
특히 10·20세대가 주 소비자층인 라면 브랜드는 컵라면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불닭볶음면 등 불닭 브랜드 제품은 용기면 비중이 2016년 38.6%에서 지난해 48.4%로 뛰어올랐다.

10, 20대들이 많이 찾는 불닭 브랜드 용기면은 컵라면 비중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사진 삼양식품]

10, 20대들이 많이 찾는 불닭 브랜드 용기면은 컵라면 비중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사진 삼양식품]

컵라면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1인 가구와 편의점의 증가가 있다. 최근 3년 동안 대형마트 같은 할인점이나 중소형 마트에서 라면 매출은 정체됐지만, 편의점은 라면 유통 채널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했다. 게다가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컵라면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봉지면을 먼저 출시하고 용기면을 나중에 선보였던 마케팅 방식도 바뀌었다. 삼양식품에서 올해 내놓은 쯔유간장우동, 참참참 계란탕면은 컵라면으로 먼저 출시됐다.

컵라면으로 먼저 출시된 큰겁 참참참 계란면. [사진 삼양식품]

컵라면으로 먼저 출시된 큰겁 참참참 계란면. [사진 삼양식품]

컵라면 용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안전성 문제가 부각돼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높았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수 있는 종이 용기가 개발되면서 컵라면은 ‘3분 이상 기다렸다가 먹는 라면’에서 ‘1분 데워먹는 라면’으로 바뀌었다.
전자레인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컵라면 레시피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다. 컵라면도 끓이는 봉지면처럼 달걀을 넣거나 물만두, 햄, 치즈 등을 넣어서 조리하는 영상이나 사진이 ‘편의점 식품 꿀 조합’이라는 이름을 달고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친환경 용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열 손실을 줄여 손으로 잡았을 때 덜 뜨거우면서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적은 발포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용기로 만든 오뚜기 참깨라면. [사진 오뚜기]

친환경 용기로 만든 오뚜기 참깨라면. [사진 오뚜기]

컵라면이 처음부터 사랑받았던 것은 아니다. 1972년 삼양식품에서 컵라면을 국내 최초로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컵라면을 사 먹을 정도로 넉넉하지 못해 생산은 곧 중단됐다. 10년이 지난 후, 농심이 육개장사발면을 내놓았고 그때부터 36년 동안 용기면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출시 가격은 300원이었다.

출시 초기 육개장사발면 지면 광고. [사진 농심]

출시 초기 육개장사발면 지면 광고. [사진 농심]

농심 관계자는 “일본에서 71년에 용기면을 처음 선보였는데 당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600달러(약 176만원) 수준이었다”며 “80년대 초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약 187만원)로 일본과 비슷해 용기면이 시장에서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육개장사발면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공식 라면으로 지정되면서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해외에 한국 대표 식품으로 소개됐다. 82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5000억원, 43억개가 팔려나갔다. 판매된 육개장사발면을 일렬로 나열하면 지구를 15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1982년 출시된 이후 용기면 1위를 지키고 있는 육개장사발면. [사진 농심]

1982년 출시된 이후 용기면 1위를 지키고 있는 육개장사발면. [사진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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