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신나는기업들] "우리는, 펜션 빌려 응원 단합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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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 프랑스 합작 금융사인 신한BNP파리바 직원들이 컴퓨터 게임을 통해 모의 한국-프랑스 축구 게임을 즐기고 있다.

독일계 항공 특송업체 DHL코리아는 13일 저녁 서울 강남역의 대형 독일식 맥줏집 한 곳을 전세 내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이날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토고와 맞붙는 날. 서울 지역 영업사원 50명과 우수 고객사 관계자 300여 명을 초청해 응원을 하며 맥주 파티를 한다. 맥줏집 안에 설치할 200인치와 100인치짜리 초대형 프로젝션 TV 한 대씩을 마련했다. 350명이 입을 붉은 악마 티셔츠와 응원 막대 풍선도 준비했다. 고객사에서는 임원이 아니라 대리급 등 젊은 직원들을 주로 불렀다.

DHL코리아 관계자는 "'접대'가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젊은이들끼리 한데 어울리자는 뜻에서 이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잔치를 벌이는 기업들이 꽤 있다. 경품 등을 마련해 고객들을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끼리 때론 고객사까지 초청해 한국팀 경기를 함께 응원하며 사기를 높이고 고객과의 관계를 다지려는 것이다.

푸르덴셜생명보험 투자관리팀은 23~24일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에서 여름 정기 단합대회를 한다. 펜션 중에 대형 TV가 있고 호젓한 분위기가 나는 곳을 골랐다. 스위스와의 경기를 보면서 큰 소리로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 부서 최영욱(29) 대리는 "단합하는 데 월드컵 응원 이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외국 본사의 방침을 거스르면서 직원들을 독일에까지 보내는 업체도 있다. 미국계 정보기술(IT) 기업 A사다. 이 업체 본사는 월드컵 기간 중에 직원들이 축구 관전에 빠져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최근 내렸다. 그러나 이 회사의 한국법인은 전 직원의 10%인 15명을 추첨해 월드컵 기간 중 10일간 독일에 보낸다. 항공료와 체재비는 물론 한국 경기 관람권도 한 장씩 구해 줬다. 이 업체 대표 L씨는 "직원들 사기가 오르면 훗날 더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한 조에 속한 프랑스계 기업들은 '한국.프랑스 16강 동반 진출'을 모토로 삼았다.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은 노르웨이와의 평가전 직전인 1일 서울 여의도 사옥 대회의실에서 전 직원이 참여하는 '월드컵 파이팅!'이란 모임을 열었다. 한국과 프랑스가 16강에 함께 오르기를 염원하는 포도주 건배를 했다.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는 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의 뷔페 식당을 빌려 전 직원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붉은 와인을 마시는 월드컵 파티를 했다. 한국-프랑스전 경기 결과 맞히기 이벤트도 했다. 영국 출신이며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인 제즈 몰딩 사장은 "한국이 3 대 1로 이긴다"고 써냈다. 이 밖에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월드컵 기간 중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요리사 사베리오 푸클리스가 식단을 짜고 조리법을 가르쳐 준 대로 기내식을 만들어 승객에게 제공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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