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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양진호, 음란물 유통·폭행·마약 모두 확인…추가 혐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행과 엽기행각으로 물의를 빚어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아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6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폭행과 엽기행각으로 물의를 빚어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아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6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음란물 유통을 주도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 실체가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16일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상습폭행, 강요 등 혐의로 구속된 양 회장의 경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웹하드 카르텔' 음란물 유통 주도  

양 회장은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등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며 불법 촬영된 음란물 등 5만2000여건과 저작권 영상 등 230여건을 유포해 약 7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음란물 가운데에는 몰래카메라와 일명 '리벤지 포르노'(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물) 등 개인 간 성적영상물도 100여건 포함됐다.

경찰 수사 결과 그는 헤비업로더들을 관리하고, 음란물 차단을 위한 필터링 업체 '뮤레카'를 직접 운영하며 음란물을 관리했다. 사실상 음란물 유통을 주도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개인 간 성적영상물의 피해자들이 삭제를 요청했던 음란물들이 양 회장의 웹하드 업체에서는 버젓이 유통됐다. 그는 헤비업로더들에게 등급을 부여하고, 일부를 '우수회원'으로 선정해 수익 등을 차등 지급하며 음란물 업로드를 독려했다. 그 결과 헤비업로더들은 최고 2억1000만원에서 최소 37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헤비업로더 가운데는 다량의 음란물을 올려 2억원의 수익을 올린 회원도 있었다.

또 동영상이 변형 편집됐을 경우 차단하도록 하는 DNA 필터링을 하지 않아 음란물이 차단되지 않고 그대로 유통·유포되도록 방치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가 올린 매출은 각각 346억원, 208억원에 달했다.

직원 폭행·엽기행각·마약·강요 모두 사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 공개 영상 캡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 공개 영상 캡처]

직원들이 폭로했던 폭행, 강요 혐의도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경찰은 양 회장의 폭행과 강요 관련 수사팀을 꾸려 전·현직 임직원 600여명과 일일이 접촉해 피해 사실을 청취했다.

그 결과 양 회장이 전직 직원 3명을 3회에 걸쳐 폭행한 사실과 2015년 10월 강원도의 한 연수원에서 직원 7명과 함께 대마초를 흡연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그는 전·현직 직원 6명에게 머리 염색을 강요하고, 생마늘을 강제로 먹이고, 사무실에서 무릎을 꿇게 하는 등 각종 엽기행각을 했다. 지난 2016년에는 강원도의 한 연수원에서 허가받지 않은 도검과 활로 살아있는 닭을 잔인하게 죽이는 등 언론에 알려진 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감청 등 추가 혐의…수사 진행 중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

경찰은 이날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상습폭행, 강요 등 혐의로 구속된 양 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음란물 유포를 도운 관련 업체 전·현직 임직원 등 19명과 업로더 61명, 양회장과 대마초를 나눠 피우고 동물을 학대한 임직원 10명을 형사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아울러 경찰은 양 회장의 웹하드에 음란물을 올린 업로더 59명과 또 다른 웹하드 업체 등 인터넷에 불법 촬영물 등 음란물을 유포한 피의자 166명에 대해서도 조사 후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양 회장을 검찰에 송치하긴 하지만 추가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법인 계좌에서 2억8000만원을 출금해 고액의 미술품을 구매하는 등 업무상 횡령과 직원 휴대전화도·감청 등의 혐의가 추가됐다.  이 밖에도 필로폰 투약 혐의를 비롯해 양회장에게 대마초를 공급한 공급책 1명이 유사 범죄로 구속된 것으로 확인돼 추가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 회장을 검찰에 송치하긴 하지만 그가 일부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하고 있는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며 "수사가 마무리된 것이 아닌 만큼, 추가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음란물 유통의 주범인 '웹하드 카르텔' 관련 문제점에 대해선 관계부처와 정보를 공유해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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