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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 대통령·펜스 면담, 남북 협력과 제재 이행도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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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내년에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다. 15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다.

‘펜스, 대북제재 위반 소지 우려 #철도 연결 등 속도 조절 주문’ 해석 #청와대 “제재 문제 언급 안 해” 부인

펜스 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대북 압박 기조를 강조해 온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다. 문 대통령과의 35분간 면담 자리에는 볼턴 보좌관도 배석했다.

펜스 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께서는 다음 정상회담이 있을 경우에 한반도의 장기적 비핵화(long-term objective of denuclearization)라는 공통의 목표에 큰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 비핵화’란 용어는 다음 정상 회담에선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도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북한의 추가적 조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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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부통령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사항 가운데 하나로 북측이 이행한 유해송환 조치에 대해서는 “하와이에서 유해송환이 시작된 것을 목도하면서 굉장히 큰 영광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더 많은 중요한 조치를 북한이 취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공동의 목표를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면담 직후 미국 부통령실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선 펜스 부통령의 압박 메시지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났다.

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펜스 부통령과 문 대통령은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한 긴밀한 조율이 중요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양국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는 제재의 이행, 남북 간 협력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면담 직후 “오늘 회담에서 제재 문제는 두 분 사이에 대화 소재가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미국 측 자료엔 실제로는 제재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뉘앙스다.

특히 보도자료에 ‘남북 간 협력’이 면담 주제로 명시된 것은 미국이 제재 위반 소지가 우려되는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 등을 염두에 두고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기자들이 회담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추가로 문의하자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하에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 협력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양측 대화에서 제재 완화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이 거론한 ‘남북 교류협력’은 ‘제재 완화’와 긴밀히 연결된 이슈다.

이날 채택된 한·아세안 정상회의 의장성명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세안 국가 모두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는 우방국이지만 원칙론을 고수한 것이다. 성명에서 정상들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며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더디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타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미국에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함께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유지혜 기자, 싱가포르=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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