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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영하 소령 다닌 영국 학교 찾아간 해군에 아이들 탄성 연발

중앙일보

입력

 14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런던 인근 킹스턴에 있는 래치미어 초등학교. 운동장 주변으로 학생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의장대 복장을 한 한국 해병 장병들이 총을 하늘로 던졌다가 받아내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어 비보이 공연이 시작되자 몸을 흔들며 장단을 맞추던 아이들은 현란한 춤 사위가 이어지자 박수갈채를 보냈다. 학생들은 아예 운동장으로 몰려나와 신나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600명 장병 태운 이순신함 등 英 입항 #해군 훈련전단, 희생정신 기리려 모교 방문 #의장대, 비보이, 태권도 공연에 엄지척 #교장 "윤 소령 영웅이란 것 아이들에게 교육"

 외국인 초등학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끈 것은 장병들의 태권도 시범. 격파와 돌려차기 등 화려한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사물놀이 공연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은 이내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댔다.

 이 학교를 방문한 장병들은 지난 11일 포츠머스 항에 입항한 해군 순항 훈련전단 소속이다. 사관생도를 포함해 장병 600여 명이 한국형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과 군수지원함 대청함을 타고 102일 동안 역대 최장인 6만㎞를 항해하고 있다.

충무공이순신함 [해군 제공]

충무공이순신함 [해군 제공]

 장병들이 영국에서 래치미어 초등학교를 찾은 것은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하다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윤 소령을 비롯한 참수리 357호 대원들은 연평도 인근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교전 중 윤 소령을 비롯한 6명이 전사했다.

 윤 소령은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영국에 살면서 이 초등학교에 다녔다. 윤 소령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5년 이후 영국에 입항할 때마다 해군 순항훈련전단은 이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문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래치미어 초등학교 줄리 리치 교장은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에 다녔던 윤 소령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가 있으며 영웅이라는 걸 들려줬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한 학생은 선박 모형을 만들어 이날 학교를 찾은 한국 해군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고 윤영하 소령이 다녔던 영국 초등학교에서 해군 장병들이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고 윤영하 소령이 다녔던 영국 초등학교에서 해군 장병들이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학교 방문 행사에 참여한 김윤태 해군사관 생도는 “우리 선배이자 아이들의 선배인 윤 소령과 관련된 액자와 해군 관련 그림 자료 등이 교장 선생님 방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 소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해군이 윤영하함으로 명명한 차기 고속함 사업 1번 함은 지난 2008년 취역했다. 순항훈련 전단은 그동안 충무공 이순신 액자 및 거북선 모형 등 기념품을 학교 측에 증정하고 학생들에게 문화 공연을 선보였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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