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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설법보다 포교에 더 효과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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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네 번째 앨범을 낸 범능 스님. N-POOL=광주일보 최현배 기자

'노래하는 스님'으로 유명한 범능 스님이 네번째 앨범을 낸 것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연다. 3일 오후 8시 전남 화순군 화순읍 만연사의 대웅전 앞에서다. 이 음악회 무대엔 범능 스님 외에 사회를 맡은 고규태 시인과 김용택.도종환 시인, 국악 실내악단 '황토제' 등도 함께한다.

그의 새 앨범 '무쏘의 뿔처럼'에는 도종환.김용택씨 등의 시와 석용산 스님의 글에 가락을 붙인 '바람이 오면' '허공의 새여' '무쏘의 뿔처럼' '낙화' '푸른 연가' 등 10곡이 실려 있다. 하나같이 듣다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노래들이다.

범능 스님은 한때 운동권 가요의 작곡자이자 민중 가수였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무등산 정기가 우리에 있다/무엇이 두려우랴 출전하여라/억눌린 민중의 해방을 위해/나아가 나아가 도청을 향해/출전가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세' 386 세대들의 귀에 익숙한 이 '광주 출전가'를 작곡한 '정세현'이 바로 그다. '꽃아 꽃아 아들꽃아 오월의 꽃아'로 시작하는 '꽃아 꽃아'와 '진군가' '혁명광주'도 그의 작품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겪고 민중가수로 활동하던 그는 85년 전남대 국악학과에 들어가 피리를 전공했다. 졸업 후엔 우리 소리 연구회를 만들고, 진도에 머물며 인간문화재에게 민요를 배우는 등 노래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러다 93년 홀연히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속세를 떠나 전국의 사찰을 떠돌다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서 출가한 것이다. 범능 스님은 출가 이유를 묻자 "다 인연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음악이 추구하는 근본과 수행의 궁극이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집안 분위기도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그의 집은 6남매(5남1녀) 중 4형제가 불가에 귀의했다.

그는 8년 만인 2001년 출가 전에 만든 노래들을 모은 '오월의 꽃'과 산사에서 만든 노래들을 담은 '먼산'이란 앨범 두 장을 들고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예불도 염불도 다 음악"이라는 그는 "산사에 있을 때도 틈나는 대로 작곡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정세현'이 '범능'으로 변한 것 만큼 음악도 많이 달라졌다. 출가 전 노래가 사회 현실의 모순을 직접 다뤘다면, 출가 후의 노래들은 삶의 근본적인 문제와 존재 자체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범능 스님은 "긴 설법보다는 짧은 노래가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작곡하고 공연하고 음반을 내는 것이 나의 보시이고 공양이고 포교"라고 했다. 그는 화순군 북면 불지사에서 안거 중이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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