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기만당했다'는 NYT에 트럼프 "삭간몰 기지 알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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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북한 미공개 미사일 기지' 논란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트위터 통해 "비정상적인 일 전혀 없다. 또 가짜뉴스 나왔다" #"완벽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전날 청와대 주장에 동조 #북미협상 동력 위해 조기 진화 나서, "협상 부담 더 커져"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개한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며,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인용하면서 "북한이 큰 기만술(Great deception)을 쓰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에 대해선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NYT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 비정상적인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또 가짜뉴스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안 좋게 굴러가면 (내가) 직접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도 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활동에 대해 일상적(normal)이라고 말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표명은 "한미 정보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는 청와대의 전날 언급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핵 위협은 사라졌다"는 주장을 자신의 업적의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로선 마치 북한의 새로운 비밀 미사일 기지가 발견된 것처럼 분위기가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미사일 기지 운용으로 미뤄 북한이 비핵화에 큰 의지가 없는 것으로 규정하려는 워싱턴 조야의 불신과 의구심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아세안 회의 참석 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CSIS 보고서 관련 질문에 "명백히 우리는 북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매우 잘 인지하고 있다"고 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굳이 강조한 것도 북미 협상의 동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이에 앞서 CSIS는 지난 11일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고, NYT는 이를 토대로 비밀기지 16곳에서 최근까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정황이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CSIS 발표와 NYT의 보도에 대한 워싱턴 내부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NYT가 CSIS의 연구 결과를 다소 과장되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우세하다.

CSIS가 11일 발표한 북한의 '삭간물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에 나오는 삭간몰 위성사진

CSIS가 11일 발표한 북한의 '삭간물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에 나오는 삭간몰 위성사진

그럼에도 CSIS 보고서와 NYT 보도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전망에 대한 미 조야의 뿌리깊은 회의적 시각을 반영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비핵화를 약속해놓고 뒤로는 미사일 기지를 개발·운용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가 진전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 제재완화'를 요구하며 핵 개발·경제건설 병진 노선의 부활까지 위협하고 있는 북한과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미국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물론 협상 당사자들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달 7일 평양공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배웅하고 있는 모습.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달 7일 평양공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배웅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이 다음달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내년 1월 3일 새로운 의회 개원으로 하원에서 민주당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고위급 회담→실무대표 회담(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2차 북미정상회담의 수순이 질질 뒤로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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