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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호」출범하자〃좌초〃-상원군사위서 타워인준 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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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출범 한달이 넘도록 각료급 이하의 정책책임자들을 정하지 못해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고있는 「조지·부시」미 신임행정부가상원군사위의 「존·타워」국방장관임명 동의거부로 심각한 정치적 좌절까지 겪고있다.
동경에서 이 소식을 접해 대외적 망신이 더 컸던 「부시」는 「타워」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 상원본회의까지 그를 밀고 갈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반대당 민주당이 공화당에 대해 55대45로 우세를 보이고 있는 상원의석분포로 볼 때 내주로 예상되는 본회의 표결 결과도 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시」는 그동안 행정부 구성이 늦어져 「레이건」행정부 사람들에게 잠정적으로 일을 맡겨오고 있다. 술·여자·업계유착 등으로 의회동의가 난관에 봉착한 「타워」는 물론이고 「와킨스」동력, 「더윈스키」원호장관은 위원회청문회도 거치기 못했고 「설리번」안전성장관도 23일에야 위원회동의가 끝났다. 「피커링」유엔대사, 「그레그」주한대사 등 외교사절은 청문회 날짜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국무성의 경우 「개스턴·시거」동아태 담당차관보의 후임을 비롯한 지역실무총책임자들이 공석이어서 대통령이 이번 아주 방문에 국무장관만 대동하는가하면 「베이커」국무장관은 며칠 전 유럽순방 때 지역책임자 없이 돌아다닌 형편이다.
국방성은 「칼루치」전 장관이 1월 중순 사임한 후 「태프트」부장관이 장관직을 대행하지만 중요한 결정들은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동결하겠다고 결정했으나 막상 국방성은 사실상의 예산삭감과 관련한 전략무기의 재배치 등 중요 현안에 손도 못 대고 있는 것이다.
장관임명동의가 끝난 부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임자 「레이건」때는 집권 1개월에 각료 및 정책결정 고위관리 1백여 명을 자리에 앉혔으나 「부시」의 경우는 각료 및 준 각료 7백여 명을 포함한 2천여 정치임명요직 중 불과 10여명에 대해서만 임명절차를 마쳤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벌어진 「타워」의 좌초는 「부시」행정부로서는 설상가상의 좌절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시」는 의회, 특히 민주당과의 성공적 협상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어 집권 후 대 의회 관계개선을 최우선과제로 삼아왔다.
재정·무역적자해소와 관련된 1조6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둘러싼 흥정을 비롯해 부실사태가 심각한 여신기관구제를 위한 자금확보, 오는 3월31일로 끝나는 니카라과 반군에 대한 인도적 원조의 지속 등 민주당돌파 과제가 허다하다.
1백50년전 「타일러」대통령이 4명의 각료와 4명의 법관임명에 대한 의회동의에 실패한 일도 물론 있지만 역대 대통령 중 첫 조각에서 이같은 패배를 겪은 것은 「부시」가 처음이다.
「타워」자신이 처신에 문제가 있고 군사위원장 등 상원의원시절 동료를 제대로 사귀지 못한 것 등 당사자의 개인적 요소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일은 명백히 민주당의회와 공화당행정부간 전쟁의 첫 전투라는 점에서 「부시」행정부출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이다.
우선 당장 군사부문만 보아도 누가 장관이 되든 국방정책에 관한 사실상의 결정권자가 누구라는 게 명백해졌다, 매우 보수적이고 청교도적일 만큼 자신에게 엄격하며 해박한 군사지식으로 진작부터 민주당대통령 후보 감으로 오르내리는 「샘·넌」군사위원장의 도움 없이는 「부시」의 국방정책이 마음대로 풀릴 수 없게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흠이 지적되는 인물들을 인선함으로써 「부시」는 그가 표방한도덕성 캐치프레이즈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셈이다. 「타워」소동뿐 아니라 「베이커」국무장관도 제3세계 외채에 관련된 은행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게 밝혀져 유럽여행 중 부랴부랴 매각 처분했는가 하면 「설리번」보건장관은 휴직 원을 낸 의과대학의 보수를 계속 받아보겠다고 하다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일로 「부시」는 민주당과의 관계만 악화된 게 아니라 공화당내부 결속에도 금이 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군사위 표결에서 물론 민주당11명 반대에 맞서 공화당9명이 전원 「타워」임명동의 쪽에 섰지만 가령 「존·워너」의원 등 일부 공화당의원은 그동안 민주당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던 것이다.
「부시」에게 더 큰 상처가 가지 않으려면 「타워」가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불행 중 다행으로 일을 마무리짓는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일부인사들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된 「타워」가 어렵게 국방장관으로 앉게되는 것보다는 동의실패로 「타워」가 제거되는 것을 「부시」는 짐을 덜어버리는 것으로 판단, 내심 다행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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