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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대1로 만나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전 대북 특사였던 잭 프리처드가 사임 후 첫 기고문에서 ‘6자회담에서의 양자회담’을 주장하면서 대북 포용과 1대1 북한 접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글에서 프리처드는 ‘북한 핵 문제를 국제화하려는 행정부의 방침은 옳다. 어떤 해결책이 되었든 궁극적으로는 다자회담에 참가하는 6개국이 뭔가를 내놓아야 하기(buy-in)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담에는 양자가 마주앉는 요소(bilateral piece)가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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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대1로 만나야 한다
(N. Korea Needs a Personal Touch)

육군 복무, 국가안보회의 참모 생활 5년, 국무부 2년 등 28년 동안 행정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여러가지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어려웠던 일은 행정부를 떠나는 것이었을 것 같다. 내가 국무부에서 사임했다는 소식이 8월26일 전해지자, 약간의 조소로 놀리는 것에서부터 얼토당토 않은 얘기에 이르기까기 여러가지 보도가 있었다. <월 스트릿 저널>의 의견 난에는 전혀 사실과 다르게 내가 국무부의 한 고위 인사를 깎아내렸다고 헐뜯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저항하기 위해 사임한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말할 것이 있어서 퇴직날짜를 맞춘 것도 아니다. 나는 지난 달 베이징 6자회담 기간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우리 협상팀에게 부당한 짐을 지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취하고 있는 대북 정책에 대한 내 개인적인 견해가 어떤 것이든 간에 모든 미국 시민이그러하듯, 한반도 핵 위기 해소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대통령을 지지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행정부 정책의 모든 면에 내가 반드시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동의하지 않는 것이 있을 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내 의견을 밝힐 것이고, 지난 두 행정부에서 참모로 일하는 동안에도 나는 그렇게 해왔다.

나는 내가 맡았던 대북 특사 자리가 이름뿐이었기 때문에 사임했다. 이 행정부는 내 대북 협상의 경험을 샀기 때문에 나를 행정부에서 일하게 한 것이지, 북한을 너무 부드럽게 대하기 때문에 일을 맡긴 것은 아니다. 나는 지난 4월18일 베이징 3자회담의 미 대표로 선임이 되지 않았을 때 사직서를 제출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당분간 더 일할 것을 요청했고, 그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다음 회담을 위한 조율이 끝나는 대로 떠날 예정이었다.

북한 핵 문제를 국제화하려는 행정부의 방침은 옳다. 어떤 해결책이 되었든 궁극적으로는 다자회담에 참가하는 6개국이 뭔가를 내놓아야 하기(buy-in)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담에는 양자가 마주앉는 요소(bilateral piece)가 빠져 있다.

며칠 동안 진행되는 총회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진지한 토론을 하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6명의 대표와 24명의 통역사, 많은 기록원들이 앉아 있는 회담의 개막식에서 오로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미리 준비된 연설문을 읽는 일뿐이다. 북한의 경우에는 ‘위대한 지도자’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려야 하고 호전적인 미국의 정책이 얼마나 비난 받아 마땅한지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양자가 마주 앉게 되면 가식은 집어던지고 본질적인 현안들을 다룰 수 있게 된다. 나는 북한 상대자와 마주 앉았을 때 내 서론의 장광설을 생략하고 상대방에게도 연설을 한 것으로 치자, 나도 들은 것으로 치겠다고 말하고 나서 바로 본론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자주 만나 개인적인 관계를 발전시킨 다음에라야 가능한 일이다. 회담장 구석에서 40분 동안 만나는 것 가지고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내가 북한 상대방과 양자가 만나 처음으로 진지한 대화를 했을 때에는 11시간 동안이나 얘기를 나누었고, 둘이 만난 첫날에 이루어졌다.

6자회담이라는 구도는 유용하고 궁극적으로는 해결책 모색의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으나, 우리는 북한을 오랫동안 대할 수(engage) 있어야만 한다. 평양을 진지하게 다룬다고 해서 (engagement) 일부 사람들이 말하듯이 북한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또 한편에서는 북한의 협상술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북한과는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건 넌센스다. 협상에 나선 사람들은 협상을 하는 동안 자국 정부가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법이 없다.

6자회담의 우산 아래에서 양자 회담을 하게 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가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가 북한과 양자 회담을 갖게 되면 접근법에 대해 서로 협력하고 대화록도 서로 비교하면서 의제를 재조정할 수 있게 되므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해결책을 보다 빠르게 모색해 나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게 된다. 지금까지 평양은 사태 전개의 속도를 확실하게 주도해왔고, 모두가 부정적인 결과뿐이었다. 우리가 정책권의 핵심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구도가 틀렸을 때에는 우리는 그것을 가질 수가 없다.

KISON 제공
잭 프리처드(Jack Pritc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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