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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송두율 귀국 소동

중앙일보

입력

재독 사회.철학자 송두율(59.뮌스터대)교수가 마침내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68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지 37년 만이다. 宋교수가 한국 정부의 기피인물이 된 것은 1972년부터다. 독일에서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결성해 초대 의장을 맡은 그는 반독재 투쟁을 선언, 유신정권과 마찰을 빚었다.

80년대엔 신군부 규탄과 김대중 구명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을 찾아 친북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빨갱이'로 통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번번이 귀국 시도가 무산됐다. 특히 북에서 망명한 황장엽 전 비서가 宋교수를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권력 서열 23위인 김철수'라고 지목하면서 최대 시련을 겪었다. 3년간의 재판 끝에 결국 黃씨의 주장은 증거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공안당국의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宋교수의 귀향 소동을 바라보는 독일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빈번해졌는데도 아직까지 이념 타령이냐는 것이다.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는 "현행범도 아닌데 체포영장을 사전발부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宋교수가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명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당국은 굳이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宋교수가 입국한 이후에는 준법서약서를 쓰건 안쓰건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신병확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국도 하기 전에 조건을 달고,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소동이 과연 국익에 어떤 보탬이 되는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유권하 베를린 특파원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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