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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고급·고가품 경쟁"전국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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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계산업>
국내 시계업계는 올해 두 가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시계수입이 전면 자유화된데 이어 올1월부터 고급시계 수입관세가 50%에서 20%로 대폭 인하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스위스산 유명 브랜드 뿐 아니라 홍콩 및 일본의 저가시계도 다량으로 수입될 전망이다.
또 하나는 올해부터 출고가 15만원 이상인 고가시계에 부과하던 특소세 면세점이 40만원으로 인상된 것.
이는 국내시계 업체들의 고가품 생산의욕을 더욱 부추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올해 국내 시계시장은 국내 업체들간의 경쟁 뿐 아니라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데 업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연간 2천억 시장>
올해 국내 시계시장 규모는 줄잡아 2천5백15억원(1천65만개).
이중 손목시계가 2천1백95억원(6백65만개)으로 전체시장의 87%를 차지하고 나머지 3백20억원 정도의 시장을 벽·탁상시계 등이 나누어 가질 것으로 보인다. 벽·탁상시계 시장의 물량은 대략 4백만개 정도.
이 2천억원 대의 시계시장을 놓고 현재 국내에는 대략 1백10개 정도의 메이커가 난립,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손목시계는 오리엔트. 삼성시계·아남·한독 등 4대 메이커들과 한서·라미·대림양행 등 중소업체들을 포함, 모두 60여개 사에서 생산하고 있다.
벽·탁상시계는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묶여 있는데 오리엔트·삼성시계·아남 등 3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생산을 맡기고 있으며 오리엔트시계·삼성정공·대진상사·하인벨 등 50여개 중소업체들이 생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체 시계시장에서 오리엔트·삼성시계·아남·한독 등 4대 메이커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최대시장인 손목시계의 경우 이들 4대 업체들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1천4백80억원으로 지난해 손목시계 시장 1천8백30억원의 80·8%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외제시계의 수입개방 등으로 판도에 다소 변화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큰 흐름은 지난해와 달라지지 않고 이들 4대 메이커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손목시계 시장은 크게 보아 15만원 이상의 고급예물용 시계와 6만원미만의 중·저가 패션시계로 양분된다.
국산고급 시계의 선발주자는 오리엔트의 갤럭시 브랜드.
지난 83년 가짜 외제시계 파동 이후 외제시계 선호가 급격히 떨어진 틈을 타 84년에 오리엔트 자체 브랜드로 개발한 갤럭시는 15만∼30만원대로 국산고급시계의 문을 열었다.
외국사 기슬제휴 오리엔트는 또 르네상스·크리디·렁스텐 갤럭시·골드 등 갤럭시 브랜드를 특성·가격별로 전문화시켜 제품 다양화에 나섰다.
이 결과 이 회사의 총 매출액 중 60%이상이 갤럭시 브랜드라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국산 브랜드가 호평을 얻자 한서는 스위스의 라도사와 기술제휴, 최고 77만원짜리의 라도 다이아스타를 개발, 시판에 나섰으며 이어 삼성시계도 일본 세이코 사와 합작, 돌체·액셀린 등의 상표를 내놓으면서 국산 고급시계 판매 경쟁을 가열시켰다.
삼성시계는 세이코 외에 스위스의 론진사와도 기술제휴, 고급시계 론진과 다이아몬드가 부착된 최고급 론진다이아뎀도 생산, 시판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산 고급 시계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랜드는 갤럭시·돌체·오딘·카리타스 등으로 이들에 의한 4파전 양상이 뚜렷하다.
특히 올해부터 특소세 면세점이 인상 조정되면서 고 가품 생산이 늘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87년에 오메가사가 한국 전자시계와 기술제휴로 국내 시장에 상륙한 것을 시발로 외국 유명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국내시계시장은 바야흐로 국제전으로 양상이 바뀌어가고 있다.
한편 6만원 미만에서 다양한 가격 대를 구성하고 있는 중·저가시계는 점점 더 패션화의경향을 보이면서 초·중·고·대학생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패션시계는 아남이 85년초 스포티 타임을 선보이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 이어 85년 여름 오리엔트가 파스텔 컬러 워치를, 삼성시계가 컬러 패션 워치와 카파솔라·터치블 등을 잇달아 내놓아 시장판도를 바꾸기에 이르렀다.
패션시계는 현재 시판되고있는 모델만도 3백여 가지가 넘고 있으며 매월 20여 가지의 새로운 모델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히트앤드런 전략>
특히 시간과 장소·옷 색깔에 따라 시계를 바꾸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패션시계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시계산업체가 난립하고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이커들의 제품개발·판매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오리엔트의 경우 생산라인을 고가 시계와 저가 시계로 이원화시켜 성수공장에서는 갤럭시 브랜드 중심의 고가 생산라인을, 성남 시장에서는 샤갈닙래르 중심의 저가 생산라인을 구축, 전문화를 꾀하고 있으며 삼성시계는 저가시계의 경우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유발하는 디자인개발에 힘써 분기별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 히트앤드런 방식의 판매전략을 펴고 있다.
국내 시계산업은 최근 수년사이에 괄목할 성장을 해 오면서 품질·성능면에서 정상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업체의 난립도 위험 요소를 안고 있지만 그보다도 화려한 외양에 비해 알맹이에 대한 기술수준이 미흡한 것.
김영호(51) 『월간시계』사장은『우리 시계공업은 외장 부문이 발달한 반면 내장부문인 무브먼트 개발 등은 뒤처져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시계의 핵심부문인 무브먼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업간 연구협력과 막대한 기술 개발비에 따른 정부의 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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