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상하이까지 비행시간을 포함해도 한국에서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쑤저우 공단은 잘 정비된 미국의 중소도시처럼 느껴졌다. 죽 뻗은 6차로 도로에는 교차로마다 남은 시간이 표시되는 신호등이 달려 있었다. 호수를 따라 늘어선 잔디밭 사이로 나지막한 아파트와 공장 건물이 줄 지어 있다. 1994년 개발에 들어간 이곳은 2000년 이후 500여 외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모여들면서 상하이 푸둥에 못지않은 정보기술(IT) 전문 공단으로 자리 잡았다. 면적만 6800만 평으로 여의도의 27배에 달한다. 쑤저우 공단의 강점은 잘 갖춰진 인프라와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다.
이곳에 노트북.반도체.LCD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 서기가 1년에 두세 차례 직접 방문해 애로 사항을 듣고 해결해 줄 만큼 기업 하기에 편하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공장을 짓다가 전기선을 건드려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한 지 하루 만에 관계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PGA투어를 유치한 골프장, 까르푸 등 쇼핑 시설, 연 1만 달러 수업료를 받는 외국인 학교까지 생활 인프라도 충실하다. 삼성전자의 중국인 직원만도 1만 명이 넘는다.
이에 비해 한국인 주재원은 50명에도 못 미친다. IT산업은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낮다. 삼성전자가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얻은 원가 절감 폭은 상품 가격의 1~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이 정도만으로도 기업은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낮은 임금에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까지 갖췄으니 전 세계 기업들이 여기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쑤저우를 보며 로마가 카르타고에 느꼈던 두려움을 연상한 것은 기자의 지나친 상상일까?
김창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