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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큰 나무, 이끼 공룡 사이 지나 호랑이·곰 만났어요

중앙일보

입력

한국 호랑이인 아무르 호랑이(시베리아 호랑이). 지난 1929년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발견. 이후 1996년 4월 환경부서 공식 멸종 발표했다.

한국 호랑이인 아무르 호랑이(시베리아 호랑이). 지난 1929년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발견. 이후 1996년 4월 환경부서 공식 멸종 발표했다.

"박물관이 문을 닫으면 동물이 살아나지 않을까요. 무섭고 불쌍해요."

춘천 강원도립화목원 산림박물관부터 '강원도 호랑이와 멧돼지-숭배와 수렵의 이중주'까지

차연재 소중 학생모델이 박제된 호랑이·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보고 꺼낸 말입니다. 갑자기 웬 동물 타령이냐고요. 연재 모델이 방문한 곳은 강원도 춘천시 화목원길에 있는 춘천 강원도립화목원이에요. 지난 1999년 5월에 개장한 화목원 안에는 반비식물원, 암석원, 어린이 정원 등 30개 주제로 꾸려진 식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또, 2002년 10월 31일에 개관한 산림박물관도 있죠. 오는 12월 31일까지 '강원도 호랑이와 멧돼지-숭배와 수렵의 이중주' 전시회를 엽니다. 아무르 호랑이(P. t. altaica·시베리아 호랑이), 멧돼지, 반달가슴곰, 대륙사슴 등 멸종위기동물 박제들과 야생동물을 볼 수 있죠. 동식물이 함께하는 현장이라니 궁금하죠. 조행임 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 학예연구사가 탐방에 함께했습니다.

'맨발로 걷는 길'에 운동화를 벗고 올라가 본 차연재 학생모델.

'맨발로 걷는 길'에 운동화를 벗고 올라가 본 차연재 학생모델.

"천천히 가고 싶은 곳 먼저 밟아보세요." 조 학예연구사의 말에 연재 모델은 어린이 정원, 지압길로 달려갔어요. "어린이 정원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저를 위한 곳일 거예요." "맞아요. 어린이들을 위한 구조물 등을 놓고 곁엔 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구성했죠. 마음껏 걸어 보세요." 조 학예연구사의 말에 연재 모델은 어린이 정원 맞은편의 '미운 오리 새끼' 속 오리들과 포즈를 취하고 포토존의 이끼 공룡들과 사진을 찍었어요. "지압길은 처음 걸어봐요. 이렇게나 긴 건 처음 보고요." 연재 모델의 손바닥만 한 돌이 가득한 돌길이 보였죠. "여기 지압길을 걸으면 식물이 정화한 공기를 더 많이 마실 수 있겠어요." 운동화를 들고 걷던 연재 모델이 말했죠.

화목원 내 생태관찰원 반비식물원에 들른 차연재 학생모델이 여러 식물을 관찰했다.

화목원 내 생태관찰원 반비식물원에 들른 차연재 학생모델이 여러 식물을 관찰했다.

"식물을 보니 어떤가요." 조 학예연구사가 물었어요. "공원은 많이 가봤는데 이렇게 커다란 나무가 가득한 화목원은 처음이에요. 어린이 건강에도 좋겠죠." 조 학예연구사가 끄덕였어요. "맞아요. 학교에서 글로만 배웠을 지식을 그대로 느끼는 공간인 거죠. 연재 모델이 식물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 자체가 공부고 생생한 감동일 거예요. 식물에서 받은 감동, 동물로 이어가 볼까요." 화목원 정문에서 약 5분가량 직진해 걸으면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호랑이,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달가슴곰이 전시된 산림박물관 정문이 나옵니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언제인데 아직도 있어요?" 연재 모델의 질문에 조 학예연구사가 웃으며 답했죠. "우리 전시 주제와 관련 있기 때문이죠."

선인장 금호. 원산지는 멕시코, 캘리포니아다.

선인장 금호. 원산지는 멕시코, 캘리포니아다.

산림박물관 1층 제1전시실은 '숲의 체험관'입니다. 강원도의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호랑이·반달가슴곰·산양·수달 등 다양한 야생동물 박제가 있죠. 1분 간격으로 들리는 야생동물 울음소리에 연재 모델은 깜짝 놀랐어요. "어휴. 이러다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우리가 나가면 동물들이 깨어나겠어요. 무서워요." 용기 내 하나씩 살피는 연재 모델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반달가슴곰, 시베리아 호랑이였죠. "반달가슴곰은 지난 1983년 설악산에서 총을 맞은 후 발견된 당시로선 마지막으로 기록됐던 반달가슴곰이에요. 그 후 2000년 11월에 지리산에 있는 반달가슴곰 다섯 마리가 확인되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이 곰이 마지막 개체인 걸로 알았죠. 당시엔 자취를 감췄다고 생각했거든요." 조 학예연구사의 말을 들은 연재 모델이 반달가슴곰을 오래 지켜봤어요. "사람 욕심 때문에 죽은 거 아닐까요. 마음이 아파요." 반달가슴곰은 지난 1982년 11월에 지정된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입니다.

밀렵꾼에 희생된 반달가슴곰.

밀렵꾼에 희생된 반달가슴곰.

아무르 호랑이를 본 연재 모델은 눈을 보지 못했어요. "호랑이 덩치가 어마어마하네요. 게다가 눈매도 날카로워요." 조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한국 호랑이는 아무르 호랑이입니다. 일제강점기 사람을 해치고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맹수들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진행된 ‘해수구제(害獸驅除)’사업의 무자비한 포획 이후 한반도에서 멸종했죠. 지난 1929년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됐고요. 1996년 4월 환경부에서 공식적으로 멸종한 것으로 발표했어요. 그런데 이 전시, 왜 호랑이와 멧돼지만 주제에 이름을 올렸을까요. "호랑이가 사라져서 최상위 포식자가 없어진 산야에 멧돼지 개체수가 증가했어요. 호랑이 종 복원이 건강한 자연 생태계 복원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멧돼지 떼 출몰 소식은 여러분도 몇 번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종 복원이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알리고자 두 동물을 상징적으로 주제에 넣은 셈입니다."

학생모델 취재 후기

차연재(서울 도성초 5) 학생모델
조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관광객이 한 해에 20만 명이나 온대요. 전 화목원 규모를 보고 납득했죠. 공기가 좋고 식물도 많아요. 여기저기서 기자님한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말했어요. 식물들이 튼튼하고 멋지게 자랐죠. 이끼를 이용한 작품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또, 지압길에선 맨발로 걸으면서 식물 덕에 정화된 공기를 마셨어요. 짜릿했죠. 그건 얼마 안 갔어요. 산림박물관에 들어간 후 동물을 코앞에서 보고는 무서웠거든요. 동물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어요. 반달가슴곰, 시베리아 호랑이는 당장에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았죠. 다른 동물보다 이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 때문이죠.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야생동물을 본 건 처음이에요. 예전엔 이런 동물이 살아 움직이는 걸 마주칠 일도 있었겠죠.

춘천=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 춘천=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도움말=조행임 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 학예연구사
동행취재=차연재 학생모델(서울 도성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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