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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특히 달고 맛있다는 제주 감귤 200t 북한에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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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군이 11일 제주국제공항에서 C-130 수송기에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싣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하는 것“이라며 ’귤은 모두 200t으로 10㎏들이 상자 2만 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공군이 11일 제주국제공항에서 C-130 수송기에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싣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하는 것“이라며 ’귤은 모두 200t으로 10㎏들이 상자 2만 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정부가 11일 제주산 감귤을 북한에 올려보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11일) 아침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감귤 규모는 200t이다. 10㎏짜리 상자 2만 개에 담아 이날과 12일 이틀에 걸쳐 하루 두 번씩 모두 네 차례로 나눠 보낸다. 한 번 수송에 공군 C-130 수송기 4대를 투입했다. 공군 수송기가 제주공항에서 평양으로 이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수송기 4대가 이틀간 동원될 정도로 대규모의 대북 물자 제공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처음이라는 게 통일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공군 수송기 4대에 2만 상자 실어 #청와대 “송이 2t에 대한 답례용” #대통령 특활비·예산서 비용 쓴 듯 #김정은 외조부 제주 출신 알려져 #“방한 때 제주 방문해달라 메시지”

감귤 선물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김 대변인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귤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며 지금이 제철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대량으로 보내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이 맛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이 제공한 송이 2t을 이산가족들에게 나눠줬다. 북한이 감귤을 어떻게 분배할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제주 감귤의 양을 200t으로 정하면서 송이버섯 가격을 감안했다고 한다. 11일 현재 서귀포 감귤은 10㎏들이 한 상자에 2만~2만5000원 선(온라인상 가격, 택배비 포함)에 거래되고 있다. 단순히 계산하면 감귤을 북한에 보내는 데 약 5억원 안팎(수송비 제외)이 든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북한에 보낸 감귤의 양(200t)은 북한이 선물한 송이(2t)의 100배지만 국내산 시세를 고려해 액수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송이가 제철일 때 국내산 송이의 가격은 1등급 기준으로 1㎏당 25만~30만원 선을 유지했다. 북한이 보낸 송이버섯 2t을 국내 가격에 맞출 경우 감귤이나 송이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다. 당국은 그러나 감귤 선물의 구체적인 액수와 예산의 항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단 정부 당국자는 “통일부 예산이나 교류협력기금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청와대 예산이나 대통령의 특수활동비에서 집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감귤을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로 설명했지만, 단순한 답례 이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감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했던 연내 방한을 촉진하기 위한 마중물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당초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감귤을 선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북한이 평양 정상회담 직후 선물(송이버섯)을 했듯이, 서울 정상회담 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감귤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그런 감귤을 김 위원장의 답방에 앞서 올려보냄에 따라 ‘답방 때의 선물을 미리 보낸다’는 무언의 메시지로도 해석이 가능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감귤을 보내는 데 대해 “감귤은 11월이 제철이니 기왕 선물로 보낼 거라면 상품성이 가장 좋을 때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확대해석은 말아 달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제주 감귤은 답방을 권유하는 상징으로 제격이다. 김 위원장의 외조부인 고경택이 제주 출신으로 알려진 데다, 한국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제주도 방문도 거론되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산행 간담회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김 위원장이)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를 비롯해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 남북 정상의 제주 방문에 대비해 한라산 백록담 인근의 헬기착륙장(헬리패드) 시설을 점검하기도 했다. 11일 감귤 수송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 비서관이 동행했다.

감귤 제공은 동시에 북한 달래기 차원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남북이 합의했던 삼지연관현악단 방한 공연, 철도·도로 연결 현지조사 등은 예정됐던 10월을 넘겨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다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돌연 연기된 뒤 북·미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부로선 이를 돌파할 카드가 필요해졌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문 대통령 입장에선 남북관계를 이어가고, 대화의 길에서 북한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감귤 카드를 꺼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자는 대량의 감귤을 보내는 게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희경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국제사회 흐름과 완전히 엇박자 행보”라며 “감성팔이 행보에 국민들은 피곤함을 넘어 우려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북교류에는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남북 정상 간 연이은 선물교환을 애써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비핵화의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탱자가 됨)’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썼다.

크기 49~70㎜, 최고 당도 서귀포산 최상품

감귤

감귤

이번에 북으로 전달된 귤 200t은 모두 서귀포산이다. 글자 없는 하얀색 10㎏ 상자 2만 개에 각각 담겼다. 서귀포시 남원·서귀포·위미·중문농협 등 4곳에서 2~3주 전부터 각각 50t씩 귤을 확보했다. 진재봉 중문농협 유통사업소장은 “한 달 전 농협중앙회로부터 좋은 감귤 확보 요청을 받았는데 북한행임을 안 건 3~4일 전이었다”고 말했다. 서귀포산은 귤 중의 귤로 꼽힌다. 그 맛을 일조량이 좌우하는데 서귀포의 밭들이 타지보다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많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타 지역 귤이 서귀포시 박스에 담겨 둔갑 후 적발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북으로 간 귤은 당도 12브릭스(Brix)가 넘는다. 크기도 49~70㎜ 상품이 담겼다. 일반적으로 10브릭스를 넘으면 맛있는 귤로 분류된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귤은 당도와 산도가 적당해 특히 맛있다는 평가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정용수·성지원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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