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한 건 맞아” 그루밍 성폭력 의혹 목사, 녹음파일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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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피해자 측이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받는 인천 한 교회의 김모 목사가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사진 JTBC 뉴스룸]

9일 피해자 측이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받는 인천 한 교회의 김모 목사가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사진 JTBC 뉴스룸]

10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장기간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 한 교회의 청년부 목사가 피해자 3명과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정혜민 목사와 김디모데 목사는 지난해 6월 말 녹음된 24분 분량의 파일을 9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피해자 3명이 김모 목사의 행동을 알게 된 후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것이다.

김 목사는 피해자 중 한명인 A씨와 처음 성관계를 갖게 된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너희 집 갔던 걸 나도 정확히 기억한다”며 “새벽엔가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이 문을 자꾸 열려고 해서 힘들다고 연락했었다”고 말했다.

A씨도 이 상황에 대해선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김 목사가 “그때 거기 어떻게 해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어”라고 말하자 A씨는 “들어왔다가 그냥 나왔다고? 들어와서 자고 갔어”라고 반박했다. 이어 “너는 그냥 그게 아무 사이가 아니니? 아무리 목사랑 성도랑 관계라고 해도 같이 잠을 자니?”라면서 “그때 나 열여덟살이었어, 그 일 있고 나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연락했었지”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A씨의 이 같은 비난에 “정확히 기억난다” “알아, 잘못했다고 얘기했잖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른 피해자들이 다수와 관계를 가진 김 목사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토로하자 그는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나도 사실 의도로 그랬던 건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김 목사는 “내가 두 명 동시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걸 이상하게 느끼겠지만, 나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조금 있었다”면서 “다 내가 잘못한 건 맞다고. 떳떳하진 않았어. 근데 내가 보호자처럼 챙겨주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목사 측은 “도의적으로 미안하다는 것이지 성폭행, 성범죄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이번 사건이 지위를 이용한 그루밍 성폭력이 아니라는 반박 자료를 많이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 수사계는 이날 피해자 측과 면담을 통해 피해 사실과 경위 등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의 성관계가 위계‧위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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