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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 해외에 알린 미국인들 20년 만에 '서울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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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60~70년대 국내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됐던 외국인 모임인 '월요기도회(Monday Night Group)' 멤버들이 22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20여년 만에 감격적인 해후를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청으로 방한한 랜디 라이스(71).린다 존스(59.여).진 매튜스(70) 등 미국인 8명은 서로 반갑게 얼싸안으며 당시 민주화 활동에 대한 감회에 젖었다.

월요기도회 모임은 67년 당시 대학.선교회.병원 등에서 일하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토론하기 위해 생겨난 '50인 그룹(Group of Fifty)'이 모태다.

이 모임은 박정희 대통령이 72년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시작하자 한국의 민주화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월요기도회'라는 정규모임으로 발전했다.

66년 부인과 함께 선교사로 한국에 들어와 '월요기도회'활동에 참여했던 랜디 라이스는 75년 인혁당 사건 관련자 사형집행에 항의하며 침묵기도 시위를 하다 연행돼 한국 정부의 엄중한 경고를 받기도 했다.

부인인 수 라이스(69)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없는 묘지를 방문했을 때 비통하고 슬픈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월요기도회 멤버들은 각자의 직장에서 반독재 투쟁을 벌이던 한국인 동료들을 돕기 위해 당시 중앙정보부나 경찰에 적발돼선 안될 비밀문건을 전달하기도 했고, 국내 민주화 성명서를 워싱턴 포스트 등 해외언론에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해외 언론인과 민주화 운동가들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인혁당 사건 관련자 가족들의 어려워진 생계를 지원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백혈병 투병 중임에도 '해외 민주인사 한마당'행사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아온 린다 존스는 72년 미국 장로교회 소속 선교사로 한국에 건너와 선교사업을 하면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기독교인들의 행적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당시 우리의 역할은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한국인 친구들과 해외 언론, 혹은 정보원과의 '다리'역할이었다"고 말했다. 56년부터 97년까지 감리교 선교사로서 일해온 진 매튜스도 많은 비밀 문건을 외국으로 전달하다가 세차례나 경찰.출입국관리국에 적발돼 조사를 받았다.

월요기도회 멤버들은 이날 3시간여에 걸쳐 회고모임을 열었으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은 이들의 회고담을 사료로 정리할 계획이다.

김정하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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