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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햇볕 많이 쬐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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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특정한 계절, 특히 겨울철에 나타나는 「계절성 정서 불균형 증후군」환자가 우리 사회에도 늘고 있다.
이 환자들은 일조량이 많아지는 봄철에 접어들면서 증세가 많이 완화된다. 이같은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야외에서 신선한 대기와 함께 햇볕을 많이 쪼이는게 건강에 여러모로 좋다.
서울대 의대 우종인 박사(신경정신과)는 이 증세를 『낮 기간이 짧은 겨울철에 많이 나타나고 정동(정서와 행동)장애 현상이며 우울증과 비슷한 증세』라고 진단한다.
우 박사에 따르면 목표에 이르지 못한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열등감·좌절감 등으로 계절적인 원인은 일조량과 큰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즉 낮 기간이 짧은 11월부터 이듬해 2, 3월까지는 밤이 길어 내분비선인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지고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카테코라민 등의 분비에 이상이 생겨 인체의 생리적 리듬이 깨짐으로써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고려법원 김영철 박사(신경정신과)는 이 증상이『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북구 여러 나라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아 남자가 39%인데 비해 여자가 61%로 여자 쪽이 많이 걸리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심한·우울증, 사업의 실패, 승진누락, 가족의 사망, 특히 여성의 결혼 실패 등으로 절망감에 빠질 경우 흔히 자살에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대 의대 김종숙씨(신경정신과)는 『이 증세는 외로움·소외감 등으로 몸이 피로하고 잠이 많아지며 성욕이 감퇴되고 무기력증을 보이나 식욕이 왕성해져 체중이 느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임상병리 연구 센터의 「리처드·J·와트먼」박사는 겨울철에 많이 보이는 우울증에는 크게 탄수화물의 탐욕과 월경전증후군 등 두 가지 유형의 행동이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의기소침과 무기력, 집중력의 쇠퇴증세를 보이며 발작적인 식욕증진으로 체중 증가현상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원인은 역시 ▲정서를 지배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과다 분비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된 음식물에 대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에 관계되는데 두 가지 물질은 일조량에 따라 분비량의 변화를 보여 늦가을부터 시작, 이른봄까지 증세가 지속된다. 환자들 대부분은 극도의 허무감·염세감 등을 느낀다는 것.
이에 대한 치료법으로 김영철 박사는 광선요법과 항 우울제의 복용을 들고 있다.
광선요법은 2천∼2천5백룩스 정도의 불빛을 오전 6∼9시, 오후 4∼7시에 환자에게 쬐어줌으로써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 생체리듬의 적응성을 바로잡아준다는 것. 실제로 중앙대의대 이길홍 교수(정신과)는 지난 84년부터 광선요법을 개발, 환자에게 적용시킨 결과 4일∼1주일내에 80%가 호전되는 치료효과를 얻었다는 것.
연세대의대 민성길 교수(정신과)도 동이 트기전과 일몰시간에 1∼3시간씩의 광선요법으로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고 보고했다.
한편 항 우울제로는 페노디아진계의 약물을 사용하고 불안감을 동반한 우울 증상에는 벤조디아제핀을 투여하기도 한다. 또 미국에서는 클로마이프라민과 트라조돈이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물리적·약리학적 치료 외에 가족과의 화합, 취미생활, 각종 스트레스의 조속한 해소와 함께 낮 시간을 이용, 실외에서 햇볕을 많이 쬐는 것이 좋다고 우 박사는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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