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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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나라의 순수예술은 바람직하게 육성되고 있지 않다. 순수예술이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후원이 없으면 생존하기가 불가능하다.
대체로 순수예술 후원을 크게 나누면 정부 차원의「공공지원」과 기업과 개인 차원의「사적인 지원」으로 구별지을 수 있다.
공공지원의 대표적 사례로는 문화예술 진흥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연극에 할애하는 지원사례는 크게 나누어「연극제」와「창작지원 활성화기금」이 있다.
연극제나 창작지원 활성화 기금에 있어서 심의에 선정된 단체에는 공연 지원금(8백만원)이 주어지며 이외에도 극소수 공연 예술인의 해외연수 케이스가 있다.
사적인 지원인 경우 기업들이 공연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통상의 방법은 공연 단위별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한 기업체가 할당해 주는 광고 지원금은 50만원 정도다.
그리고 특수한 목적을 위해 즉, 기업홍보를 위한 공연에 공연 지원금을 주는 사례도 더러 있다.
이밖에도 극단별로 개인차원에서 모여진 후원회가 있으나 제대로 활용되는 극단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공공지원이나 사적인 직원의 이면에는 엄청난 모순과 악순환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공공지원이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진흥원의 지원을 잘 살펴보면 연극제에 심의통과 되어 참여하면 대다수의 극단은 지원금을 받고도 적자를 보게 된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진흥원의 지원은 연극제에 참여한 대다수의 극단을 빚더미에 올려놓는 꼴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진흥원의 행사 위주의 지원체제인데 예술은 행사가 아니고 삶 그 자체처럼 지속적인 것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정부의 적극적이며 지속적인 예술지원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사적인 지원에 있어서 기업 지원의 경우에는 더 큰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 그나마 50만원짜리 광고를 지원 받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은 것이다.
한 공연 단위로 4개 정도의 광고를 얻어낸다는 것은 극단 대표나 기획자, 기업의 실무담당자의 안면에 의존하는 슬픔이 있는데 그렇게나마 얻은 광고도 고작 인쇄물 경비를 간신히 충당할 수 있을 뿐이다.
예술이 황폐화된 사회에 기업들만 번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재정권 체제에서 기업들의 기부금이 기업의 이익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부금이 우리 사회에 무엇을 윤택하게 했는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할 것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구현하기 외해 기업들의 순수예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연출가>윤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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