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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4당시대' 민심 르포] 下. 靜中動의 대전·충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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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직은 모르지유. 그때 가봐야지유. 먹고살기가 힘든데."

통합신당이 교섭단체 등록을 한 지난 20일 오후. 대전 민심의 중심지인 중앙시장 상인 박인덕(46)씨는 내년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묻자 느린 충청도 사투리로 "봐야지유"만 되풀이했다. 마지못해 내뱉은 말은 "그놈이 다 그놈이여. 당은 안 볼거구만. 사람만 볼거구만"이었다.

대전역에서 유성까지 가는 택시 안. 택시기사 홍승표(54)씨는 노무현 대통령 얘기가 나오자 "지난 선거 때 어디 민주당을 보구 찍었나유. 노무현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었지유. 그런디 해도 너무 못허니…"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기성 정당들에 대한 불신의 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유? 최병렬씨가 대표라는디 이곳에선 그 사람 누군지 몰러유. 야당이 힘만 있다고 반대만 하구…"

"신당이유? 그게 그거지유. 자기들끼리 싸움박질만 하다가 당이나 쪼개구."

"JP는 끝났시유. 여기선 그 사람 얘기하는 사람 이제 없어유."

대전은 2000년 총선에서 자민련을 택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는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하다시피했다.

하지만 6개월 후 치러진 대선에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무려 55.1%의 지지를 보냈다.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표밭이다.

대전시선관위 한창희 홍보계장은 대전을 "전국의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바람의 1번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출범 등 중앙 정치무대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대전의 정치 민심은 아직 마땅한 분출구를 찾지 못한 채 잔뜩 똬리만 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단적으로 보여준다. 6명 가운데 총선 당선 때의 당적을 보유 중인 의원은 한 명도 없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19일 통합신당에 합류했다.

택시기사 유승룡(41)씨는 "찍어준 우리들한테 어디 물어보길 했나유. 다 자기들 이익 생각해서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긴 거지. 내년엔 심판 받을거유"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19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의 한나라당 강창희(姜昌熙)의원 사무실 입구에는 의정보고서가 쌓여 있었다. 의정보고서의 머리기사는 2001년 1월 5일 지방신문이 보도한 '자민련 강창희 제명'이었다. 이 지역에서만 5선을 한 姜의원조차 내년 선거를 앞두고 '탈당'이 아니라 '제명'임을 강조할 만큼 위기감이 크다.

이날 통합신당 합류를 선언한 민주당 시지부 이기호(李沂鎬)사무처장은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물만 선보이면 지난해 노무현 바람이 일듯 신당 바람이 일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의 충청권 현역의원 6명은 모두 신당행을 택했다.

자민련과 JP는 더 이상 변수가 될 수 없을까. 대전역 앞 지하상가에서 만난 박석준(25)씨는 "무능력하고 너무 오래된 정치인"이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했다.

반면 김성용(56.자영업)씨는 논산~부여 간 4차로 도로 확장사업을 들며 "젊은 친구들은 1년에 1백m씩만 해도 벌써 됐을 거라며 욕하지만 JP만한 인물이 어디 있간디"라고 말했다.

대전=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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