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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국 주식시장의 나홀로 ‘소외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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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성호 중앙대 객원교수 전 IBK투자증권 대표

신성호 중앙대 객원교수 전 IBK투자증권 대표

10월 말 기준 종합주가지수가 올해 최고치 대비 22.5% 하락했다. 한때 20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특히 10월의 한국 증시의 주가 하락률은 세계에서 가장 큰 편이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세계 주식시장에서 버림받은 듯한 불안에 빠지기도 했다. 경험으로 보자면 이런 소외 현상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한국 증시만 이렇게 소외되긴 처음 #시장은 당분간 일정 구간 등락 반복 #미국 경기 위축이 시장에 악재 요인 #주가의 중장기 추이는 밝지 않아

그러나 다행히 주가가 전월 말을 기점으로 안정되었다. 이번 주 초의 주가 기복에도 불구하고 주가안정은 이어질 듯하다. 미·중 간 무역마찰 완화 조짐과 그간의 폭락으로 인해 본질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지극히 낮은 주가 수준은 우선 10월 말 주가가 자산가치의 0.9배에 불과한 점에서 찾아진다. 또 올해 추정이익 기준 9.1배인 PER(주가/1주당 순이익)을 금리로 환산하면 11%가량 된다. 특히 이제부터 연말 배당 기산일까지는 두 달 남짓한데, 배당수익률이 예금 금리보다 높다. 이처럼 자산가치대비 낮은 주가와 금리대비 높은 주식의 이익가치가 주가를 안정시켜줄 것 같다.

그러나 주가안정이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특히 향후 몇 년간 주가의 장기 추세는 여의치 않을 듯하다. 주된 주가 형성 요인인 기업이익과 금리 중 기업이익을 뒷받침할 경기가 장기간 부진할 것 같기 때문이다.

장기 측면에서 금리는 부담스럽지 않다. 이는 올해 이후 미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 때문인데, IMF는 내년 미국 성장률을 2.5%로 올해 2.9%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2020~23년에는 1.4~1.8%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 경기의 추세적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 기준금리가 상승해도 유통금리의 큰 폭 상승 가능성은 작다. 조만간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불구 10월 초 이후 세계적 금리 하락은 세계 경기의 둔화 가능성 때문인데, 우리의 중장기 성장률도 둔화할 듯하다.

시론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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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향후 경기와 관련, IMF는 2019~23년 중 성장률을 2.6~2.8%로 추정했다. 그런데 IMF는 그간 우리의 향후 1~5년 성장률 전망을 %P 기준으로 평균 0.6~1.4%P로, % 기준으로는 8~34% 과다 추정했다. 이 경험을 적용하면 2019~20년 성장률은 2%대 초·중반에 그친다. 그 이후는 2% 이하로 떨어진다.

경기가 둔화하면 기업이익은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도 성장률 둔화 기간에는 기업이익이 줄었다. 이 때문에 당시 두 곳 모두에서 주가가 하락·정체했는데, 올해 주가 하락도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16.3%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가는 이익 수준보다 이익의 증감 여부를 중시하는데, 그래서 향후 우리의 낮은 성장률은 장기간 주가에 부담이 된다.

경기순환 측면에서도 향후 경기의 어려움이 엿보인다. 1972년 이후 이번을 제외한 10차례의 경기순환과정에서 경기 위축 기간의 평균 성장률은 경기 확장 기간의 60%였다. 그런데 2013년 4월 이후 현재까지 분기 성장률 평균은 3.0%였다. 예전 사례가 재현된다면, 차기 경기 위축 기간의 성장률은 2%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참고로 2016년에 서울대 김세직 교수는 투자의 효율성 부진으로 인해 6~7년 후 0%대 성장률 가능성을 논문(‘한국경제-성장위기와 구조개혁’)에서 거론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마찰이 재차 격렬해지거나,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지적되는 중국 부채 문제가 돌출되면 우리 성장률은 현재의 예측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물론 아직 이 두 부문은 잠재요인에 불과하지만 참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다.

여의치 않은 중장기 경제여건으로 인해 주가의 중장기 추이가 밝지 않다. 근본적 대처가 시급해졌다. 사실 강한 대처의 필요성은 주가 때문이 아닌 우리 경제의 앞날 때문인데, 정부·기업·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당국은 경기 활력 제고를 위해 전 부문에 걸쳐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모든 산업은 상호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 규제는 풀고 기업 규제를 존속시키면 금융에서 투자대상을 찾기 어렵게 된다. 규제 완화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경제 상황 개선 이후 보완하면 될 것이다.

기업은 경쟁력 향상을 부단히 추진하되 기업 전망에 대해 솔직했으면 한다. 기업의 경쟁력과 투명한 미래가 투자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투자의 핵심인 기업가치 평가와 경기상황 판단에 있어 그간 적지 않은 실책을 범했다. 그러면 투자가를 보호하기 어렵고 증권사 자체도 위험해진다. 그래서 리서치에 더 투자했으면 한다. 향후의 어려움은 각 경제주체가 합심해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호 중앙대 객원교수·전 IBK투자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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