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종혁·김성혜 포함 고위급 7명 내주 경기도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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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방한 시 수행한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원 안). [연합뉴스]

지난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방한 시 수행한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원 안). [연합뉴스]

북한 고위 인사 7명이 다음주 경기도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방남)할 예정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5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축이 된 경기도의 대북사업팀이 그동안 북측과 지속적인 접촉을 진행해 왔다”며 “북측이 경기도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제학술회의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동원 규명 행사 참석 #청와대·정부와 접촉 가능성도

경기도는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아태 지역의 평화 교류를 논의하는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 측은 북측과 그동안 직접 만나거나 팩스 등을 통해 협의를 진행했고, 북측은 최근 이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등을 파견키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는 이날 북측 인사들의 방한을 위에 통일부에 북측 인사의 ‘방남 승인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북측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남북 국회회담이나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현지조사 등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북한이 미국과 고위급 회담(미국 현지시간 8일)을 앞둔 시점에 중국·러시아·쿠바 등 전통적 우방국과 친선을 강화하며, 동시에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칫 북·미 협상이 꼬일 경우에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의지이자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차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단에 북한의 대외 경제를 담당하는 이용남 내각 부총리를 파견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성혜 실장은 지난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서울에 왔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수행했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지난 5월 미국 방문 때도 함께한 대남·대미 정책의 핵심 실무자다. 따라서 북측 대표단이 방한 기간 청와대나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접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이들의 방한 여부는 최종 확정된 게 아니고 경기도 차원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이들과의 접촉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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