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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모르면 오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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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2일 오전 10시30분 청와대 경제민생점검 회의장. 김칠두 산업자원부 차관은 "사실과 다르다. 산자부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 '위도 원전센터 원점서 재검토'(본지 9월 22일자 1, 3면)가 사실이냐"고 묻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비슷한 시간 과천 산자부 국정감사장. 이번에는 윤진식 장관이 "오보다"고 못박았다. 오전 11시 청와대에서는 권오규 정책수석과 윤태영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오보다. 청와대와 산자부 양쪽에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모두가 오보라는 대답이었다. 일부 언론의 인터넷에도 중앙일보 기사가 오보라는 보도가 큼지막하게 나왔다.

그러나 같은 시간 청와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오보라고 말했던 사람조차 모르던 사실들이 나왔다. 언제 어떤 회의가 열렸고 어떤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 같은 사실은 기자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쓰지 않았다. 파문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어떡하든 부안사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언론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다. 기자는 한시도 그점을 잊지 않았고, 그래서 취재한 모든 것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보란 기자에겐 불명예다. 그런 불명예를 정부 관계자들이 별 생각없이 함부로 뒤집어 씌우려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자의 명예를 고려치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오보 대응 방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를 논하진 않겠다. 그러나 정부의 명예도 중요한 만큼 기자의 명예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그래야 정부의 오보 대응 방침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호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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