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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태풍 뿌리는…] 美-아시아 환율전쟁…엔高로 표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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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두바이 발(發) 환율 태풍이 국내외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는 "환율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유연한(flexible) 환율제도'가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성명서가 채택됐다.

얼핏 보면 원론적인 말이지만 이는 미국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국가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포함시킨 환율절상 압력이라는 게 국제금융시장의 해석이다. 위안화를 달러에 고정시켜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운용하고 있는 중국과, 외환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엔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한다는 의혹을 받아온 일본이 주된 대상이다.

그러나 당초 미국이 주로 문제 삼았던 중국은 당분간 위안화의 페그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중국이 15~20% 정도 저평가된 위안화 덕분에 무역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는 일본 등 아시아권의 대미 우회수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일본 등 아시아 기업이 대거 진출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당초 중국을 겨냥했던 미국의 칼날이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을 우회해 일본으로 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야흐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2일 엔화가치 급등은 G7 성명으로 일본 외환당국의 노골적인 시장 개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일본이 치솟는 엔화를 방관할 것 같지는 않다. 가까스로 회복 기조로 돌아선 경기가 엔화절상으로 다시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장관은 취임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환율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엔고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또 미조구치 젠베(溝口善兵衛)재무관도 "(현 엔화절상 흐름은) 너무 빠르다"며 시장개입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당 1백12엔대에서 밀고 당기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조만간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1백15엔대로 돌려 놓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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