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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엎친데 도둑이 덮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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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태풍 '매미'로 수해를 본 지역에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해 지역에 치안이 허술한 틈을 타 수해 차량에서 부품을 떼어가는가 하면, 상점 물건을 훔쳐가는 등 수해로 멍든 민심에 이중의 상처를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경남 마산 중부경찰서는 22일 침수된 차량에서 부품을 뜯어 낸 혐의(절도)로 회사원 金모(25)씨 등 2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이날 0시30분쯤 마산시 해운동 한국철강 앞 빈터에 주차된 침수차량 보관소에서 코란도 승용차의 문을 드라이버로 연 뒤 계기판 등 부품 10여개를 뜯어낸 혐의다.

지난 21일 오전 11시20분쯤에는 마산시 해운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앞 해안도로변에서 트럭 운전사 임모(37.마산시 월영동)씨가 침수됐던 프린스 승용차에서 타이어 2개를 빼내가려다 순찰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번 태풍 피해 이후 경남지역에서만 10여건의 차량 및 차량 부품 절도 용의자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주택 침수 피해를 본 강서구 녹산동 성산마을 5가구 주민들이 보일러 수리공을 사칭한 사기범 일당에게 현금 수백만원을 뜯겼다.

피해 주민인 강모(52.여)씨는 "지난 15일 보일러 회사 직원을 사칭한 30대 남자 2명이 찾아와 보일러 수리용 부품 값으로 34만원이 필요하다고 해 줬더니 돈만 받아간 뒤 종적을 감췄다"고 말했다.

해일로 침수됐던 마산항 주변 상가 주인들은 좀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산시 오동동 T할인점 주인 金모씨는 좀도둑이 복구작업을 벌이던 직원과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끼여 있다가 침수되지 않았던 양주.커피.분유 등을 무더기로 훔쳐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포동 D철공소도 수해 후 철공소 주변에 흩어져 있던 각종 공구 2천여만원어치를 하룻밤 사이에 도난당했다고 21일 경찰에 신고했다.

붕괴된 양식장 주변 하천에서 버젓이 낚시질을 하는 얌체족들도 적지 않다.

수해로 40여만마리의 송어가 하천으로 쓸려간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기하리 미탄양어장 주변 하천에는 지난 13일 이후 유실된 송어를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하루에 수십명씩 몰려 들어 가뜩이나 실의에 빠져 있는 수재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마산.강릉=김상진.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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