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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어려운 주제 거뜬히 소화|『아흔 아홉 골』가락잡는 능력이 돋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말이란 사람이 가진 뜻을 전달하기 위한 소리들이다. 그러한 소리들이 들리자마자 사라지고 마는, 그 애석한 때문에 글자를 만들게 되었다. 말을 한 장의 종이연에 비추어 볼수 있다면 글자는 연을 붙들어 맨 실과 자새같은 것일 것이다.
연을 잘 날리는 솜씨가 있듯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자기가 가진 뜻을 말솜씨 있게 다루어 전달했기 때문에 그처럼 그럴듯하게 들리는 법이다.
글을 잘 짓는 일도 알고 보면 말 잘하는 경우에 속한다. 감동을 주는 시도들 역시 말을 잘한 경우들이다. 다시 말해 감동적인 시조들이란 가락으로 말을 잘 다룬 솜씨들이며 전달능력인 것이다.
『물가상승』-재치있게 말을 다룬 오늘의 목소리다. 고도산업시대를 이룩하면서부터 날로 실감되어 온 물가 상승문제지만 한 수의 시조로는 다루기 어려웠을 현실체험이고 주체였으리라. 그런데도 지은이는 거뜬히 솜씨부려 소화해냈다. 비유를 적절히 써 그렇게 되었다.
『아흔 아홉 골』-오랜만에 뽑아 미는 2수연형 시조다. 월등한 편은 아니나 가락잡는 능력이 있어 보이고, 바쁜 현대인의 숨소리를 그런대로 갖추어 냈다. 등산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오늘의 우리 현실이므로 이 방면에 관한 일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국토에 관한 감각, 즉 국토를 새로운 눈으로 확인해 보는 감각을 길러야 가능할 것이다.
『봄바다』-시조로 호흡되기에는 아직 많이 미숙하다. 느낌을 시조 한 장씩 정리하지 못한데서 온 단조함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 점부터 터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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