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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관련株 강타…추가조정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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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가가 원화환율 급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무조건 팔고 보자는 투매 현상도 빚어졌다.

22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무려 33.36포인트(4.46%) 떨어진 714.89로 마감됐다. 종합주가지수가 3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지난해 10월 10일(35.90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특히 원화환율의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 데다 이번 환율 충격으로 국내 경제의 취약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어 국내 증시는 하반기 들어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됐다.

◆환율이 직격탄=이날 종합주가지수는 740선으로 출발했으나 서울 외환시장의 원화환율 급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710선으로 내려앉았다.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은 원화환율 급락이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감소시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주가가 올랐던 것은 미국 경기회복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출이 늘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인데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1백50원대로 급락하면서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아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마침 환율이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李센터장은 "특히 국내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주가가 그동안 50% 오른 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원화환율 하락은 내수.소비에는 도움을 주지만 지금은 구조적으로 내수가 살아날 여력이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 수출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를 급속도로 위축시켰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박만순 리서치헤드는 "원화환율 급락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려 고용 및 내수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매도도 부담=장세가 불안해지면서 외국인들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이후 총 9조원의 순매수(산 금액-판 금액)를 기록하며 종합주가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들은 어느덧 주가를 끌어내리는 세력으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개장 초부터 기다렸다는 듯 매도에 나서 6백1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무려 2천4백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매도공세를 펴기 시작, 이날도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전기전자.철강금속업.수출관련주 등을 내다팔아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박사는 "외국인들이 그동안 주식을 많이 샀기 때문에 10월부터 순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비관적 분석도 늘고 있다. 유럽계인 ABN암로증권은 "종합주가지수 74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달 9일 연중 최고치(776.46)가 한국 증시의 상승 한계였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증시의 관건은 8월 초 형성된 700선을 지킬 수 있느냐에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 서울지점도 "한국 증시는 심한 소비 부진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돌파하기 어렵다"며 "하락장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디까지 떨어질까=증권사들은 충격의 강도가 컸던 만큼 주가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화환율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자동차.석유화학업종 등 수출관련주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수 관련주가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도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종합주가지수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센터장은 "미국 경기 회복, 외국인 매수자금 증가 등 호재는 모두 나와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이제는 국내 경기가 회복돼야만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원화환율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악재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며 "4분기에 900선을 돌파한다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김동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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