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은 '지방의 소통령' 인사·예산권에 인·허가도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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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1일. 민선 3기 전남 순천시장에 취임한 조충훈 시장은 2층 시장 집무실의 벽을 통유리로 바꿨다. 전임 시장 두 명이 수뢰 혐의로 옷을 벗자 '시민들이 들여다보는 집무실에서 비리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005년 11월 조 시장도 구속됐다. 박물관 건설 등과 관련해 업자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였다.

기초단체장이 주무르는 권한은 막강하다. '지방의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다. 이 때문에 뇌물의 유혹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 기초단체장은 ▶인사권 ▶예산편성권 ▶인허가권 ▶지도단속권 ▶조례 발의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아파트 건설, 공원 조성, 음식점 위생검사 등 민생 현장에 손을 대지 않는 곳이 없다.

기초단체장의 가장 큰 힘은 인사권이다. 순천시장의 경우 소속 공무원 1280여 명의 승진과 보직 결정, 징계권을 갖고 있다. 전국 230개 시.군.구청 소속 공무원은 19만7000여 명. 규모가 작은 곳은 460여 명(부산시 중구), 큰 곳은 2300여 명(경기도 성남)이다.

단체장은 한해 살림살이를 짜는 예산편성권도 가졌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연탄 한 장을 더 주는 일도, 공원에 운동시설을 놓는 일도 단체장이 결정한다. 평균 2000억~3000억원(예산)의 돈줄을 쥐고 있다.

인허가권은 기초단체장의 힘을 더욱 막강하게 한다. 서울의 경우 21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물 신축은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이나 일반 건축물 허가는 구청장이 내준다.

'지역 헌법'으로 통하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고치도록 발의하는 일도 단체장 몫이다. 이를 통해 재산세를 내리거나 올리기도 한다. 불법 주정차 '딱지 떼기'나 유흥업소 단속 등의 권한도 갖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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