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앞두고 살해당한 딸…유족이 밝힌 사건의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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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 앞두고 살해당한 딸...춘천 예비신부 살인사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상견례 앞두고 살해당한 딸...춘천 예비신부 살인사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강원 춘천에서 연인을 살해한 뒤 시신까지 훼손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가해자의 엄벌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유족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이어 2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건의 전후 상황을 알리며 "피의자의 철저한 계획 범죄"라고 주장했다.

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014년 서울의 한 어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피의자 A(27)씨는 피해자인 B(23)씨에게 '대학 동문'이라며 접근했다. 두 사람은 당시 연락처를 주고 받았지만, 그 뒤로 4년 동안 만난 적은 없었다. 4년 만에 먼저 연락을 한 건 A씨였다. 그는 지난 7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4년 간 짝사랑해왔다. 내가 부족해 말을 못하다가 결혼 준비가 되어 말한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고, 두 사람은 3개월 동안 5~6차례 만남을 가졌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두 번째 만남부터 결혼 얘기를 꺼내며 결혼을 밀어붙였다. 특히 A씨는 아버지가 내년 5월 정년이라는 이유로 그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며 B씨의 어머니에게 '결혼 계획서'까지 들이밀며 결혼을 서둘렀다. 사건 발생 당시 범행 이유가 '혼수 문제'로 전해졌으나 유족에 따르면 혼수는 안 하기로 서로 합의했었다.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결과 혼수·예단 문제로 두 사람이 나눈 별다른 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B씨 측에서 더 많이 제공해 주려했다고 유족은 강조했다.

다만 두 사람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신혼집'을 두고 갈등했다. A씨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춘천의 한 국밥집 건물에 살림을 차리길 원했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B씨는 통근이 가능한 곳에 신혼집을 구하고자 했다. 결국 춘천과 서울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퇴계원에 집을 구하기로 해 갈등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 몰래 '예비 장모'에 전화를 걸어 과격하게 말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4일에도 서울에서 일하던 B씨를 춘천 국밥집으로 오라고 종용했다. A씨의 강요에 못이겨 퇴근 후 춘천에 간 B씨는 결국 살해당했다.

유족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일 오후 8시쯤 B씨 부모는 딸에게 '도착했냐'는 메시지를 보냈고, B씨는 '진작에 도착했다. 저녁 먹으러 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B씨 부모는 두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2시간 뒤 B씨 부모는 A씨 부모의 식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전화를 걸어 A씨 부모에게 연락 두절 상태를 알렸다. 그로부터 30분이 흐르고 A씨 부모는 B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A씨는 B씨가 숨지자 흉기로 그의 시신을 훼손한 뒤 옷을 갈아입고 지인이 있는 교회로 도주했다가 당일 오후 11시30분 쯤 교회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우발적 범행이다. 혼수예단 문제로 다퉜고,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유족은 "상견례 사흘 전이라 혼수, 예단 문제는 거론된 적도 없다"며 "A씨의 범행은 누가 보아도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잔인무도한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살인을 저지른 A씨가 초범 등 이유로 감경을 받아 사회로 나온다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일은 명백하다"며 "사회와 영원히 격리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잔인하고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도 피의자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한편 A씨는 B씨와 같은 대학에 재학한 적도 졸업한 사실도 없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경찰서는 1일 A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SNS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복원을 통해 A씨의 사건 당일 행적과 범행 경위 등을 파악했으나 계획 살인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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