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져 왔던 북한과 공산권이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서는 요즈음 일반국민들 사이에 새삼스런 의문점이 생겨났다.
「미국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12일 오전2시가 넘어서까지 중앙일보 편집국에는 KBS1TV가 방영한 심야토론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시청한 시민들의 「양극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우리의 대미관이 표류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그 양극의 소리.
『저 사람들이 공산당을 제대로 겪지 못해 저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주한미군은 꼭 있어야 됩니다.』
『광주학살을 방조하고 독재정권을 지원한 나라가 도대체 어디입니까.』
제각기 다른 의식수준과 체험을 지닌 시민들의 목소리는 『미국은 셔먼호사건이래 우리에겐 백해무익한 악한 나라』라는 한 토론 참가자의 주장과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세계사적 사명을 실현하는 착한 나라』라는 반박 사이에서 확실한 설자리를 못찾고 있었다.
얼마전 서울대의 한 조사에서는 대학생들까지 50·6%가 「미국은 친구도 적도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미국이 우리민족을 일제식민지로부터 해방시켰고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는 맹방」이라는 인식까지 없지 않았는데 성인들의 극단론이 안타깝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그같은 분위기를 탄듯 최근엔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팀스피리트 훈련 증지를 요구하는 주장까지 들고나섰고 우리사회 일각에서 동조기미까지 일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큰 부분은 북한 등 공산권과의 성급한 접촉을 우려하고 공산주의의 궁극적 목표에 불안해하는 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동전의 양면을 보는 지혜와 국제관계를 감정이 아닌 냉철한 이성에 따라 조절하는 자기제어의 능력이 무엇보다 아쉬운 때인 것 같다.<최훈 기자>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