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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싹'부터 잘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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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17세 때 당뇨병이 발병돼 31년간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현재 세계 당뇨병학회 부회장으로 활약하는 뵈르나르 알고트 교수(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그는 평생 1만9천2백회의 혈당검사, 3만1백85번의 인슐린 주사, 이를 위한 가족의 협조, 생활화한 운동과 건강식 등 자신의 압축된 투병 과정을 발표해 감동을 자아냈다. 알고트 교수는 "넘치는 음식과 문명의 편리함에 둘러싸인 21세기 인류가 당뇨병을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균형식.운동.금연.절주.활발한 사회활동을 평생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당뇨병은 크게 어린이.청소년기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기능이 망가진 1형 당뇨와 체질.비만.영양과잉.운동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표적인 성인병으로 불리는 2형 당뇨병.

헬싱키대학 한넬 이키예르비넨 교수는 "2형이 전체 당뇨병 환자의 90~95%를 차지해 전세계 20세 이상 성인의 5.1%가 환자"라며 "통상 40세 이후에 발병하지만 최근 비만인구가 늘면서 10대 후반 당뇨병 환자도 나날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림 참조>

다행히 2형 당뇨병은 예방이 가능하다. 따라서 당뇨병으로 발병하기 전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 소위 당뇨 예비군으로 불리는 이들을 가리는 열쇠가 공복 혈당장애(IGT)다.

현재 공복시 혈당이 1백10㎎/㎗ 이하면 정상, 1백26㎎/㎗ 이상이면 당뇨병이며, 1백10~1백25㎎/㎗일 땐 공복 혈당장애로 간주한다. 따라서 공복 혈당장애로 판명될 때부터 운동.건강식.당뇨 예방약.정기 혈당 측정 등을 통해 혈당치를 1백10㎎/㎗이하로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디킨대학 폴 짐멧 교수는 "당뇨 환자 수는 전단계인 '공복 혈당장애'인 사람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며 "정기검진을 통해 공복 혈당장애로 밝혀지면 이때부터 철저한 예방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발병 후에도 초기 증상이 없어 선진국에서조차 환자의 절반이 우연히 알게 될 정도다.

프랑스 낭트대학 베르나드 샤보넬 교수는 "일단 당뇨병 환자로 밝혀지면 망막증.신장병.말초 신경증.뇌졸중.심근경색 등의 합병증 발생을 막아야 하는데 혈당조절을 제대로 하는 당뇨병 환자는 전체 환자의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혈당조절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당화 혈색소(HbA1c)수치. 이는 혈중 포도당이 혈색소(헤모글로빈)와 결합한 정도를 나타낸다.

샤보넬 교수는 "저혈당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한 당화 혈색소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며 "개인의 특성에 따른 생활습관 변화.먹는 약.인슐린 주사 등을 병합한 맞춤 치료로 당화 혈색소가 7%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표 참조) 정상 당화 혈색소 수치는 4~6%다.

파리=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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