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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헬싱키 NIE 대회를 다녀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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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문에 담긴 여러 교과서적 요소를 아울러 통합교과형 교육 자료를 만드는 일에 매달린 지 10년째, 나는 우리나라 교육 실정에 맞는 NIE 모습이 늘 궁금했다.

답을 찾기 위해 지난 7일부터 나흘 동안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열린 제5회 세계 NIE 대회에 참석했다. 47개국 3백여명이 모인 대회에선 다매체시대에 청소년들을 독자화하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회의 중에 헬싱키 시내의 한 중학교에서 미디어 교육 수업을 참관하게 됐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학교를 방문했을 때 수업을 신청한 한 반 12명의 학생이 교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신문 만들기를 했다. 주당 1백20분씩 두 차례 수업을 받는데 신문을 배우고 활용하는 과정이 함께 녹아 있었다.

학생들이 기사를 쓰고 레이아웃을 하며 배치하는 작업이 모두 컴퓨터로 진행됐다. 신문 만들기를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고 한 학생에게 물었더니 글쓰기와 컴퓨터 다루는 능력이라고 대답했다. 핀란드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세계 최고인 이유를 알 만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교과 중심의 교육을 한다. 평가 방식은 입시에 대비한 단답형 시험 위주로 끝없는 암기와 문제 풀이 과정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맞는 NIE 모델은 무엇일까.

문맹을 면하기 위해 읽고 쓰는 능력을 키우고, 교육 자료가 부족해 신문을 교과서 대신 사용하는 아프리카나 남미의 유형은 아닐 것이다. 신문 정보를 활용해 특정한 교육 목표를 수행하는 영국 '웨스턴 메일 & 에코'지의 유형은 어떨까.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느 교사가 교과서 수업을 빼먹고 온통 신문으로만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핀란드 중.고등학생들의 신문 만들기 형태는 어떨까. 영어나 수학 수업 시간과 맞먹는 일주일에 1차시 50분씩 네차례를 NIE에 투자할 학교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소망했건만 우리의 교육 현실에 맞는 NIE 모델을 세계 대회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NIE의 성공 요인은 교육과 신문이 동반자적 관계에서 손을 잡을 때라고 한다.이를 입증하듯 NIE가 활발한 나라들은 교육부와 신문협회가 서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있다.

우리의 교과 중심 교육에서도 분명 신문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어느 나라나 교과서는 존재한다. 교과 중심 교육이 나쁜 게 아니라 평가 방법인 시험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신문을 교육에 활용하는 발상은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1859~1952)가 주장했던 진보주의 교육에서 나왔다. 진보주의 교육은 사람들의 실생활을 중시해 우리의 생활 자체를 곧 통합이라 여겼다. 여기서 통합교과 이론도 나온 것이다. 신문은 통합의 또다른 모습이다. 신문이 판매부수를 늘리려고 교육을 수단으로 한 게 아니라 교육이 먼저 신문을 찾았던 것이다.

미국의 NIE 프로그램 종류는 9백50개쯤 되고, 39만개 학급의 교사들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또 규칙적으로 신문을 수업에 활용한 학생들이 활용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점수를 평균 10% 더 얻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왜 우리는 핀란드나 영국.미국의 학교들처럼 창의적인 교육을 하지 못할까.

천선채(본지 NIE 연구위원.분당 대학로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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