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권다툼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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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일 강화 보문사에서 일어난 사찰주도권을 둘러싼 승려간의 폭력분규는 불교 조계종단이 현재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축약하여 나타낸 것이다.
불교 조계종은 지금 심각한 지도력 부재현상을 빚고있다. 인사권을 가지고있는 총무원장이 주지를 임명하여도 따르지 않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봉은사사태가 그러했고 이번 보문사도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폭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하고 법정소송으로 몰아가 총무원의 인사권에 도전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종헌·종법에 따라 총무원장이 주지를 임명하게 되어있고 종단구성원인 승려들은 임명권자의 명령에 따라야하는데 그렇치가 못하다. 이같이 총무원에 행정적 외계가 정립되지 못한데는 현 총무원 집행부의 책임도 있다.
지난해 봉은사와 보문사주지를 전격 해임하고 새 주지를 임명했을 때 불교계에는 그같은 인사조치가 과연 종헌·종법에 적법한 절차를 밟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또 해임된 승려들이 주지해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고 모두 승소하여 사회법으로는 해임이 무효라는 판정이 나와 총무원이 궁지에 몰렸다.
봉은사·보문사 주지해임에는 종권도전과 그에 대한 대응이라는 배경이 있다. 그런만큼 두 사찰의 주지해임은 설령 종헌·종법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불교계의 중지를 모으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그런데 두 주지의 해임이 종권도전에 대한 보복인사라는 인상이 강하게 풍겨졌기 때문에 종단 내에 일부 반대의견이 생기고 해임된 사람들은 폭력을 쓰면서 저항했다. 그 폭력이 또 대응하는 폭력을 불러 지난해 여름 봉은사에서는 승려간의 폭력적 다툼이 계속됐다.
불교계의 폭력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처럼 총무원의 외계질서가 흔들린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 불교인들의 지적이다.
불교 조계종단은 현재 조계사와 봉은사에 2개의 총무원이 세워져 대립하고 있다. 기존의 조계사 총무원은 일부 승려들로 이루어진 봉은사총무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이같은 대립상에서 사찰 폭력 사태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일각에서 승려대회를 열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분규가 확대될 기미다.
종헌·종법에 종단의 구성원이 모두 따르고 또 종헌·종법이 적법하게 운용되어 조계종단이 질서를 잡아가야 한다는 불자들의 원종의 소리가 높다.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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