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이용 허점"…'전처 살인' 피의자, 두 달간 위치추적

중앙일보

입력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씨가 1일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씨가 1일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에서 피의자가 불법적으로 피해자의 위치추적을 해온 것이 드러나면서, 무분별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이용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구입 시 구체적인 신상정보 적어야" #하지만 "개인정보 노출과 상충되기도"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모(49)씨는 지난 8월 전처인 이모(47)씨 차량에 GPS를 몰래 달았다. 설치 장소는 차량 뒷범퍼 안쪽이었다. 그는 이씨가 다니던 부천의 한 회사 주차장까지 찾아가 이런 일을 벌였다.

엄연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지만 김씨가 GPS를 사는 건 복잡하지 않았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업체를 확인한 후, 직접 방문해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의하면 김씨가 구입한 GPS는 전파관리소·통신위원회의 등록·허가를 마친 제품이었다. 그는 구입 당시 ‘도난 차량 추적 등 정해진 용도 외에는 GPS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작성했다.

하지만 이렇게 산 GPS를 김씨는 불법적인 용도에 이용했다. 그는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씨를 흉기로 찌를 때까지 GPS로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불분명한 GPS 이용에 우려를 표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GPS는 미아·치매노인 등을 찾는데 매우 유용한 기술”이라면서도 “GPS가 불법사채업자들의 채무자 동선 파악, 배우자에 대한 동선 추적 등 불법 행위에 쓰이는 등 역기능 사례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의뢰인들에게 하루 50만원을 받고 GPS를 몰래 차량에 부착해 위치 추적 등을 한 흥신소 업체 대표와 의뢰인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구매시에 신상정보뿐 아니라 구매 목적과 사용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적게 하고, 악용시에 강력하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도 “‘개인 정보 노출’과 상충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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