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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지자체 손잡고 기숙사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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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학이 자체 예산으로 짓는 교내 기숙사에 자치단체가 일부 사업비를 보태는 새로운 형태의 기숙사가 생기고 있다. 자치단체는 낸 금액에 비례해 지역 학생을 입주시킬 수 있다. 대학은 건축비 부담을 줄이고, 자치단체는 지역 인재를 키우는 관.학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영남대는 "학교 예산과 경북.경남 지역 시.군의 출연금으로 남녀 학생 5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향토생활관을 교내에 건립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대학 측은 134억원을 들여 12월 대학 구내에 2개 동(12, 15층짜리)의 기숙사 건립에 나서 2009년 2월 완공할 계획이다.

공사비 가운데 40억원은 경북 의성군 등 13개 시.군에서 내놓은 돈(1억~5억원씩)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기숙사가 문을 열면 돈을 낸 시.군은 출연금 1000만원당 1명의 지역 학생을 입주시킬 수 있다. 또 출연한 시.군의 이름을 새긴 현판을 기숙사 입구에 내걸 계획이다.

사립대가 자치단체의 출연금을 보태 기숙사를 건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성군이 설립한 의성군장학회는 최근 대학 측과 '영남대 향토생활관 건립협약'을 체결하고 3억원을 냈다. 의성군장학회는 군이 지원한 9억원과 지역 유지들이 낸 돈을 합쳐 13억원의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의성군의 정규석 기획담당은 "지역에서 영남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많지만 생활비가 많이 들어 학부모 부담이 크다"며 "지역의 인재 양성을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담당은 "이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있지만 지역주민의 자녀 교육비 부담을 덜고, 애향심도 키울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숙사 이용료(2인 1실 기준으로 숙식비+관리비)는 학기당 80만원으로 월 20만원꼴이지만, 학교 주변에서 원룸을 얻어 생활할 경우 40만원이 넘는 것으로 대학 측은 파악했다. 영남대는 재학생 2만1000여 명 가운데 6400여 명이 대구 이외 지역 학생이지만 기숙사 수용 인원은 1736명에 지나지 않는다.

영남대의 권영창 향토생활관 담당은 "자치단체들이 인재 키우기에 나서는 것을 보고 관.학 협력 기숙사를 만들기로 했다"며 "경북과 경남 지역 지자체 상당수가 관심을 보여 출연금 유치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선거 이후 새 시장.군수가 취임한 직후 경북 칠곡군 등 각 지자체를 돌며 사업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앞서 경북대도 경북 지역 13개 지자체에서 출연한 35억원을 들여 교내에 10층짜리 40가구(240명 수용)의 향토생활관을 건립, 올 초 문을 열었다.

◆ 향토생활관=기숙사의 소유권은 대학이, 사용 권한은 자치단체가 갖는다. 각 자치단체의 장학회가 건립한 기숙사인 '00학숙'은 소유권이 해당 장학회에 있고, 해당 지역 출신 학생만 사용한다는 점에서 향토생활관과 다르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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