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주름 없어질 정도로 맞았다” ‘강서구 전처 살인’ 딸 국감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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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강서 전처 살인사건’의 피해자 딸이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우산 뒤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참고인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30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강서 전처 살인사건’의 피해자 딸이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우산 뒤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참고인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살해된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의 피해자 딸이 국정감사장에 나와 아버지이자 살인 피의자인 김모(49)씨의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증언하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청원 올린 피해자 딸 국감 출석 #“지금도 보복 두려움 속에 살아 # 실질적 경찰 도움 받은 적 없어”

피해자 딸 A씨는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지금도 보복의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시급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A씨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국감장엔 가림막이 설치됐고, A씨 목소리도 음성변조를 거쳐 흘러나왔다.

A씨는 지난 2015년 2월 아버지 김씨가 이모(47·여)씨를 마구 폭행했을 당시 느꼈던 공포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했다. A씨는 “아빠가 이모들에게 재미있는 걸 보여준다고 해서 집에 갔더니 엄마가 아빠로부터 폭행당한 상태로 들어왔다”며 “맞아서 주름조차 없을 정도로 얼굴이 부어 있었다. 피멍투성이였다”고 말했다.

‘친정 식구가 있는데도 말리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A씨는 “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해 말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또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지만 무시당했으며, 김씨가 2시간 만에 풀려났다고도 했다. ‘지속적인 협박 이후 경찰의 보호나 격리조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실질적으로 경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그동안 (아버지의) 지속적인 협박과 가해가 있었다”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6번이나 장소를 옮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보복이 두려워서 경찰에 신고 못 한 적도 많았고, 경찰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신고해도 아버지가 두 시간 만에 풀려나 집에 돌아와 집기를 던지며 가족을 밤새 괴롭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청원글을 올리게 된 이유에 대해 “(아버지가) 심신미약으로 출소해 가족들에게 보복할까 너무 두려웠다”며 “평소에도 심신미약으로 6개월만 (감옥에) 살다 오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지금도 그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조속한 대책 수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진 장관은 “어제(29일) 세 자매와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불안감을 느꼈다”면서 “또 다른 희생자가 내가 될 수 있다고 불안감에 떠는 가족들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진 장관은 “법조인으로 가정폭력을 일반화시켜 법으로 담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며 “가정폭력이 일반화하기 어려운 개별성이 있지만 모든 위협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보호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국회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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