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트 일본'=게이단렌의 노선에 큰 변화는 일단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타라이 회장은 취임 직후 '이노베이트 일본'을 내세웠다. 오쿠다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개혁과 변화를 일본 재계의 화두로 재확인한 것이다. 미타라이 회장은 "일본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식 고용제도는 유지=미타라이 회장은 일본식 종신고용 시스템을 고집한다. 장기고용이야말로 호흡이 긴 기술 개발에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종래의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을 그대로 답습하는 건 아니다.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줌으로써 근로자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인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능력이 없다고 내보내진 않지만, 실적에 따른 보상은 확실히 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오쿠다 전 회장의 '인간 존중' 경영과 맥락을 같이 한다. 미타라이.오쿠다 회장은 모두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전도사로 평가되고 있다. "돈으로 인간의 마음도 살 수 있다"며 미국식 성과주의를 신봉하는 젊은 벤처 경영인들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그의 경영은 한때 "일본의 구조개혁을 더 늦출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도요타와 캐논이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최근엔 일본식 고용 시스템의 저력이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정치권과는 거리 둬=오쿠다 전 회장과 달리 미타라이 회장은 정치권과 그리 가깝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타라이 회장은 "정치권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쿠다 전 회장이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 자문을 맡고, 정치헌금을 부활시켜 자민당을 지원하는 등 정치권과 가깝게 지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일본 재계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쿠다 전 회장은 정부여당의 정책에 재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반영시켰지만 미타라이 회장은 정치권과 그 정도의 관계설정이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적이 말해주는 경영인=미타라이 회장은 95년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선택과 집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액정 디스플레이와 광디스크, PC 사업에서 과감하게 손을 떼고 프린터.카메라.반도체 등에 집중 투자한 것이다. 또 일본식 종신고용을 유지해 종업원들의 애사심을 고양시키면서도 미국식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미타라이 회장 재임 10년간 캐논의 매출은 80%, 순익은 600%나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3조7451억엔, 순익은 3840억엔. 6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갱신했다. 그는 또 고부가가치 제품은 일본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 일본 기업의 'U턴 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게이단렌=2002년 게이단렌과 닛케이렌(日經連)이 통합해 출범한 일본 최대의 경제단체다. 1500여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일본 재계의 총본산으로 불린다. 막대한 정치헌금을 바탕으로 정치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엔 일본삼성이 한국기업으론 처음 가입했다.
미타라이 회장은…
▶1961년 주오대 졸업,
캐논 카메라(현 캐논) 입사
1979년 캐논USA 사장
1981년 캐논 이사 겸 캐논USA 사장
1995년 캐논 사장
2006년 5월 일본 게이단렌 회장 취임
▶취미:골프(핸디 14)
▶가족:5형제 중 막내, 아버지.형제들은 모두 의사
캐논 창업자 미타라이 다케시의 조카, 1남1녀
▶좌우명:생각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熟慮斷行)
▶기업경영:재무.개발은 글로벌로,
인사는 일본식으로
◆주요 인맥 ▶1935년생:니시무로 다이조 도쿄증권거래소 사장, 미야하라 겐지 스미토모상사 회장 ▶주오대 동문: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아이 회장 ▶미국 주재 시절: 잭 웰치 전 GE회장
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