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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지역별 공동교섭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봄철 임금교섭을 앞두고 노·사·정 3자가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국 임금교섭 타결대상업체의 84·5%가 3∼5월까지 3개월간에 임금협상을 벌이게돼 이 기간은 이른바 봄철「임투」기간.
새해벽두의 풍산금속 분규에 대한 공권력행사와 현대그룹노조원 테러사건 등으로 노동현장이 달아올라 벌써부터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올 협상전망에 대해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87, 88년을 거치며 축적된 교섭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스런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노동운동의 정치·사회운동화 경향 등 새로운 추세로 변수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1월15일 울산에서는 노조원·재야·전대협 등 2만여명이 참여한 노동탄압규탄대회가 있었고 22일에는 전민련주최로 서울대학로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집회가 열렸다. 또 노총도 같은 달 18일 광주에서, 29일 서울에서 옥외규탄대회를 가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동계의 질서개편과정 역시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노총 중심의 기존노조세력과 신생·민주노조세력의 2원화 현상이 그것이다.
기존 노총의 노선을 「투항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은 지난해 12월말「지역·업종별노조 전국회의」라는 협의체를 결성했다.
이들은 1월20일부터 지역·업종별로 노동법 개정 및 임금인상 투쟁본부를 구성했다. 이 전국회의에는 서울·마산-창원·부산·인천·광주·전북·성남·진주·대구-경북·경기 남부 등 10곳의 민주노조협의회 및 병원·대학·연구소·건설·외국기업·민주출판 등 6개의 업종별 협의회가 가입해 있다. 봄철「임투」에 공동 대처한 뒤 6월께 제2노총이라 할수 있는 전국노조협의회를 발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 민주노조의 외곽에는 보다 명백한 투쟁논리를 가진 재야단체인「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와 전민련이 있고 이들에게 자극받아 노총도 전보다 개혁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올 분규에서는 노조간 연대활동이 대폭 강화되고 경영참가·근로시간단축·작업환경개선 등 임금 외의 새로운 쟁점이 등장하는 한편 노동법 개정요구 등 노조의 정치적활동이 많아질 전망이다.
경영참가 요구는 우선 직제 개편, 인사 및 징계위참여, 증원요구 등의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며 언론노조에서는 편집권 독립요구로 표현될 전망이다. 노동법 개정요구는 방산업체쟁의 제한규정이 풍산금속에의 공권력투입을 가능케 했다는 자각 등으로 더 강해져 이달의 임시국회에서부터 쟁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87년 6·29당시에 비해 노조수가 2·1배 늘어난 5천7백62개가 되는 등 노조의 조직력·교섭력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사용자들의 강경 대응도 변수의 하나다. 올해도 사용자들은 직장폐쇄, 휴·폐업, 「무노동 무임금」원칙관철 등으로 맞설 전망이다. 또한 정부의 공권력행사에도 기대를 걸고있다. 노사양측은 이같은 분위기에서 올 임금교섭의 돌파구를 업종별·지역별공동교섭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며 노동부도 이를 권장하고 나섰다.
공동교섭은 업체간 눈치보기나 분규의 재발, 분규의 일상화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산업 규모에서 단기간에 임금투쟁을 마무리짓는 일본「춘투」의 장점을 배워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봄 임금교섭을 앞두고 민주노조의 투쟁본부는 최저 생계비확보 등 지침을 마련, 배포했고 노총은 지난4일 최저생존비보장을 위한 임금 26·8%인상을 요구했으며 경총은 10일 이사회에서 임금교섭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총은 생산성 임금제 원칙에 따라 내부적으로 9%인상선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부는 사용자의 경영자료공개, 노조의 대표성확립, 2개월의 교섭기간설정 등을 권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88년 분규의 발전적 모습을 토대로 올해엔 분규수도 더 줄고 쟁의도 적법절차를 거치는 관행이 정착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 대등 시대」의 개막도 예고되고 있다.
경총이 대기업경영자 1백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도 45명이 올 분규가보다 안정될 것으로, 46명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고 9명만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총 황정현 전무는 『노사간 인상폭의 차이는 크나 서로 극한대립은 손해라는 인식이 생겼고 쟁의도 상당수 준법화 돼 조심스레 낙관할 수 있다』고 했고 노총 민요기 부위원장은 『화이트칼러 노조에서는 진통이 예상되나 제조업 등은 경험의 축적으로 대부분 낙관할 수 있다』고 했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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