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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커쇼, 류현진 … 이들의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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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친 LA 다저스. 로버츠 감독·커쇼·류현진(왼쪽부터) 등이 다저스에 남을지 관심거리다. [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친 LA 다저스. 로버츠 감독·커쇼·류현진(왼쪽부터) 등이 다저스에 남을지 관심거리다. [연합뉴스]

“내년에도 여기에 있기를 기대한다. 우승 축하를 받고 싶다.”

다저스, 2년 연속 준우승 눈물 #여론 악화 로버츠 감독 재계약 난망 #기대 못 미친 커쇼, LA 남을 가능성 #FA 앞둔 류현진 ‘1년 계약’ 할 수도

데이브 로버츠(46) LA 다저스 감독은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을 마치고 인터뷰룸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었다. 보스턴은 이날 월드시리즈(WS) 5차전에서 다저스를 5-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다저스로서 가장 뼈아픈 순간, 로버츠 감독은 월드시리즈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로버츠 감독이 내년에도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로 3년 계약이 끝나는 그를 다저스가 다시 고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로버츠 감독이 다저스를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려놨지만, 다저스의 목표는 WS 우승이다. 지더라도 납득이 되도록 져야 하는데 로버츠 감독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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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로버츠 감독을 비난했다. 다저스의 4차전 역전패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계속 얻어맞은 투수(켄리 잰슨과 라이언 매드슨)를 똑같이 내보냈다. 감독은 늘 같은 실수를 한다”고 썼다.

로버츠 감독 재계약의 변수는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 부문 사장의 거취다. 42세의 젊은 경영인인 그는 탬파베이 레이스 단장 시절부터 유망주를 육성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그는 4년 전 다저스 사장으로 부임한 뒤 세대교체에 앞장섰다. 로버츠 감독이 라인업을 자주 바꾸는 진짜 이유는 프리드먼 사장이 만든 ‘대본’ 때문이라는 게 현지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프리드먼 사장의 입지가 탄탄하다면 로버츠 감독을 보호할 수 있다. 결국 다저스 구단주인 마크 월터(구겐하임 야구운용그룹)의 결정에 달렸다. 송재우 위원은 “충분한 투자(2018년 팀 연봉 1억8000만 달러·메이저리그 4위)를 계속한 구겐하임 그룹으로서는 내년 우승을 위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바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장·감독을 모두 교체하거나, 최소한 감독이라도 바꿀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저스에게 감독 계약보다 중요한 게 클레이턴 커쇼(30)의 옵트아웃(남은 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것) 행사 여부다. 커쇼는 지난 2014년 다저스와 7년 총액 2억15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서에 2018시즌이 끝난 뒤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커쇼는 보장된 2년 계약(총 6500만 달러·약 740억원)을 포기하고 시장에 나갈지 사흘 안에 결정해야 한다.

옵트아웃은 선수에게 유리한 옵션이다. 그러나 올해 커쇼에게 유리할지는 알 수 없다. 올 시즌 커쇼는 이두근과 등 부상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그 여파로 정규시즌 9승5패 평균자책점 2.73에 그쳤다. 올해 커쇼의 속구 스피드는 시속 147.1㎞로 2015년(151.8㎞)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 60%를 넘었던 패스트볼 비중이 40.8%로 줄었고, 30% 미만이었던 슬라이더 구사율이 42.3%로 늘었다. WS 5차전에서 7이닝 동안 홈런 3개(4실점)를 얻어맞는 장면은 커쇼가 더이상 ‘수퍼 에이스’가 아님을 보여줬다. 커쇼에게 5년 전 수준의 계약서(해마다 3000만 달러 5년 이상 보장)를 제시할 구단은 없어 보인다. 현재로써는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않는 게 커쇼와 다저스 모두에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류현진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2015년 왼 어깨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지난 5월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을 쉰 게 약점이다. 8월 복귀한 뒤 호투를 거듭하며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로 정규시즌을 잘 마친 점은 류현진에게 유리하다.

최근 미국 매체들은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QO)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QO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에게 원소속 구단이 1년 계약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때 금액은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2019년 기준 1790만 달러·약 204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연봉은 높지만 계약 기간이 짧은 게 문제다.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FA 시장에 나갈 경우 연봉 1000만 달러(114억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부상 경력 때문에 계약 기간은 3년 정도가 예상된다. 송재우 위원은 “커쇼의 옵트아웃이 마무리돼야 류현진 계약이 진행될 것”이라며 “워커 뷸러, 훌리오 유리아스 등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다저스가 커쇼와 류현진을 모두 내보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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