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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발표가 즐거워요"

중앙일보

입력

"호중이는 선글라스, 두호는 바코드에 대해 조사해봐." 선생님 말씀 끝나기 무섭게 "탁탁 타타타탁…"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교실을 메운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 1동 부원중학교(교장 이재환http://www.buwon.ms.kr) 2학년10반의 영어수업 현장이다. 칠판에 쓰면서 "밑줄 쫙"을 외치는 선생님도, 교과서와 노트에 열심히 적는 학생도 없다. 대신 개인용 태블릿PC와 칠판에 설치된 52" TV스크린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이 학교는 작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유비쿼터스 러닝(이하 u-러닝)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이후 연구반으로 지정된 2학년10반 45명의 학생들은 영어.과학 수업을 태블릿PC를 통해 하고 있다. 교과서 및 교육내용이 PC안에 들어있고 보충자료는 부원중 내부 네트워크인 '쉐어포인트 포탈'시스템을 이용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보내준다.

유비쿼터스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다. 요즘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온라인 네트워크을 통해 서비스를 받는 환경.공간을 의미한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PC에 다운받아 활용하는 것, 모 아파트 TV광고처럼 전화로 집의 전등을 켜거나 보일러 온도를 높이는 것이 이에 속한다. u-러닝이란 여러가지 전자기기를 이용한 교육을 가리킨다.

부원중의 u-러닝은 5~6명의 소그룹으로 나눠 프로젝트 수행 방식으로 진행된다.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이나 디지털카메라.녹음기를 활용, TV스크린과 연결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정미순 영어교사는 "수업시간에 주제를 주면 사전준비 없이도 서로 토론하고 인터넷자료를 검색해 1시간 안에 파워포인트 파일로 만들어 발표한다. 내 일은 기본 문법 및 원칙을 설명해주고 학생들이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의 수업 주제는 생활 속 발명품을 찾아 영어 수동태 문장으로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으로 정했다.

주제를 발표하자마자 학생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그룹별로 10여분의 토의를 마친 뒤 역할을 분담했다. 각자 인터넷에 접속해 사진.자료를 다운받아 발표자료를 만들어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팀 리더에게 전송했다. 리더를 맡은 학생은 자료를 취합해 발표준비를 마쳤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은 30여분.

발표시간이 되자 각 팀 리더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자신이 지목될까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해진 발표 순서대로 팀리더들이 나와 태블릿PC와 TV스크린을 케이블로 연결하자 작성한 파워포인트 자료가 화면에 나타났다. 프레젠테이션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이재환 교장은 "u-러닝을 한 뒤로 가장 달라진 점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발표다. 정보검색 능력과 창의력도 눈에 띄게 향상돼 학생들이 수업을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총 15대의 무선랜이 설치돼 연구반 학생은 학교 안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체험학습 교과과정을 통해 교실 밖에서도 태블릿PC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방과 후에도 PC를 집에 가져가 과제를 해결한다.

태블릿PC와 소프트웨어.내부 네트워크 시스템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전량 지급했다. u-러닝을 학생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었던 데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의 역할이 컸다는 게 부원중 오재견 정보부장의 설명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 홍경진 상무는 "u-러닝을 통해 다양한 IT 툴을 수업에 접목, 교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쉽게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지원, 발표력과 자료작성 능력이 향상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학년 10반 김용준 학생 인터뷰]

김용준(15.남)군은 2학년10반 소그룹 리더 중 한 명이다. 리더의 역할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용준이는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용준이는 "처음엔 태블릿PC를 사용하는 수업이 번거롭기도 했지만 직접 자료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게 정말 재밌다. 특히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은 사진.음악.텍스트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어 손쉽게 멋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쉴 땐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데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다 보니 영어학습용 게임을 주로 하게 돼 부모님도 좋아하신단다.

용준이의 파워포인트 작성실력은 수준급이다. 기본으로 내장돼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맘에 드는 배경 서식을 다운받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이나 슬라이드 기법도 사용한다. 남보다 멋있는 자료를 만들고 싶어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다뤄본 결과다.

인터넷.컴퓨터 프로그램과 공부의 만남-. 용준이와 2학년 10반 학생들의 모습은 u-러닝을 통한 미래형 교육의 성공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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