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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총기…증오 범죄로 몸살 앓는 미국, 트럼프식 분열 정치 책임론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증오 범죄가 잇따르면서 반이민 정책과 차별적 발언 등으로 평소 사회 통합을 흔든 트럼프식 분열 정치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CNN “72시간 3건 사건 공통점은 증오”

27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소포 폭탄, 총기 난사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지난 72시간 동안 일어난 3건의 사건은 한 가지를 공유하는데, 그것은 증오”라고 썼다.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 등에 따른 특정 그룹을 겨냥한 증오범죄라는 것이다.

반유대주의자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피츠버그시 유대교 회당인근 모습. [AP=연합뉴스]

반유대주의자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피츠버그시 유대교 회당인근 모습. [AP=연합뉴스]

앞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 사망 등 최소 17명의 사상자를 낸 한 로버트 바우어(46)는 종종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유대인에 대한 경멸감을 표현해왔던 인물이다. 그는 극우 인사들이 많이 쓰는 SNS 플랫폼 갭닷컴 계정 자기 소개란에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Jews are the children of Satan)”이라고 적는가 하면, 유대인 학살 상징적 장소인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대한 조작된 이미지 등도 게시했다.

반유대주의자 로버트 바우어스(46). [연합뉴스]

반유대주의자 로버트 바우어스(46). [연합뉴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는 총을 쏘기 전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CNN은 바우어가 한 게시글에서 유대인 난민의 미국 정착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히브리이민자지원협회(HIAS)를 향해 “‘우리 사람(our people)’들을 죽이려는 침입자들을 들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앉아서 ‘우리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 행동 개시”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최근 중미에서 도보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과 관련해서도 그가 유대인들이 이들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반(反) 트럼프 진영 인사들을 겨냥했던 폭발물 소포 테러 범인 시저 세이약(56)은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이자 공화당원이었다. 그는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언론들에 따르면 그의 흰색 닷지(Dodge) 밴은 트럼프 메시지와 스티커로 도배돼 있었으며, ‘CNN Sucks(CNN은 역겹다)’란 스티커도 부착돼 있었다.

미국 연쇄 폭발물 소포 배달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시저 세이약(56)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연쇄 폭발물 소포 배달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시저 세이약(56)의 모습. [AP=연합뉴스]

세이약이 평소 자신을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칭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에 종종 반 트럼프 진영을 겨냥한 도발적인 사진과 밈(meme·인터넷상의 재미있는 이미지)을 음모론과 함께 게시했다고 한다.

시저 세이약의 흰색 밴 차량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도배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저 세이약의 흰색 밴 차량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도배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보다 앞선 지난 24일 켄터키주 슈퍼마켓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역시 당초 흑인 교회를 노린 것이었다. CNN에 따르면 범인 그레고리 부시(51)는 신도 대부분이 흑인인 켄터키주 제퍼스타운 퍼스트 침례교회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문이 잠겨 실패하자 인근 슈퍼마켓인 크로거 스토어로 향했고 이 곳에서 흑인들을 쐈다. 그가 교회 진입에 성공했다면 앞서 2015년 6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유명 흑인교회에서 발생했던 총기 난사를 잇는 참극이 빚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CNN은 그가 정신질환 병력이 있으며 그의 전 부인을 인종 비하적 표현인‘N단어(N-word)’로 부르는 등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아 왔다고 전했다.

그레고리 부시(51). [AP=연합뉴스]

그레고리 부시(51). [AP=연합뉴스]

이 같은 증오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반대파 등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거친 언사와 공격적인 발언이 사회 분열을 심화시키고, 정치적 폭력이란 유해한 환경 조성에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세력이 큰 국가적 안보 위협을 가하는 우파 극단주의를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를 자극하면서 미국의 폭력 사태를 심화시켰다”며 “트럼프는 폭력적인 백인 우월주의를 높이 평가했고, 이민자들을 ‘동물’로, 정치적 반대자를 반역자로, 언론인을 ‘국민의 적’으로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민문제와 정치적 양극화 등으로 사회의 분열과 불신이 만연해 있다며 영국 인권 단체 사이먼 위센탈 센터의 9월 조사를 인용해 미국인 40% 이상이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랜달 발머 다트머스 대학 교수는 현재 상황이 지난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가 두 달 사이로 암살 당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당시엔 특정 개인을 겨냥한 것이었던 반면 현재는 민주당과 유대인에 대항하는 등 종족주의가 폭력의 발단이 되고 있는 점이 차이라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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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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