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인 CCTV 속 범인, 가발 썼지만 ‘아빠’라고 지목한 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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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49)씨는 범행 당일 가발을 쓰고 피해자 A씨(47)에게 접근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차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해 위치를 파악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딸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제가 CCTV 영상을 보고 범인으로 아버지를 지목했다”며 “영상 봤을 때도 머리가 좀 수북하더라. 좀 의아했었는데 설마 가발까지 준비해서 범행을 저질렀을 줄이야”라고 말하며 치를 떨었다.

“밥에 콩이 섞였다고 맞았다”

김씨는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이혼 전부터 부인과 딸들을 지속해서 폭행했다고 한다.

딸은 “중학교 때 아빠가 때려 손으로 막으니까 밧줄로 손을 묶고 맞았던 적이 있다”며 “유치원 때도 피멍 들 정도로 맞았다. 아버지로부터 ‘개도 맞으면 말을 듣는데 너희는 맞아도 말을 안 듣는다. 짐승보다 못한 XX다’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밥을 펐는데 콩이 좀 들어가 있다고 맞았다. 분이 안 풀리면 집 밖에 나가서 나뭇가지를 꺾어서라도 때리던 폭력성 있던 사람이었다”고 아버지를 떠올렸다.

“접근 금지 명령은 그냥 종이쪽지”

김씨는 법의 심판에 대해 전혀 겁을 먹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딸은 전했다.

딸은 “2015년 2월 갑자기 아빠가 이모들과 저희에게 전화해 ‘좋은 구경을 시켜줄 테니 집으로 모여라’라고 했다. 아빠가 엄마를 데리고 들어오는데 엄마는 눈도 못 뜰 정도로 피멍투성이였다. 얼굴뿐 아니라 흰 바지가 피로 검게 물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김씨는 이모들에게 ‘죽이고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왔다. 법원에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린 적도 있었으나 딸은 “정말 아예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그냥 종이쪽지였다”고 밝혔다.

“밖에서는 자상한 남편”

딸은 “아버지는 치밀한 사람”이라며 “밖에서는 180도 달랐다. 자기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김씨의 지인을 만날 때는 항상 아내를 데리고 다니며 음식을 먹여주는 등 자상하고 사랑스러운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했다는 것이다.

딸은 “지금도 두렵다. 저도 이런데 엄마는 그동안 얼마나 무섭고 두려우셨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2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후 혐의를 인정했다며 “김씨가 범행을 많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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