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와 한은 성장률 ‘쇼크’…개인투자자까지 등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주식시장의 시계는 1년9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올 초 기록한 코스피 장중 2600선 돌파도, 코스닥 900대 진입도 다 의미 없는 수치가 됐다.

25일 코스피는 2063.30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월 10일(2045.12) 이후 최저다. 이날 장중 2033.81까지 밀리며 한때 204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날 2100선 붕괴에 이은 코스피 하락세는 이날도 계속됐다.

코스닥도 686.84대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보다 12.46포인트(1.78%) 하락하면서다. 전날 뚫은 700선에서 점점 멀어지는 중이다. 이날 미 달러당 원화가치도 하루 전보다 5.7원 내린 1138.0원을 기록하며 1140선에 다가섰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34.28포인트(1.63%) 떨어진 2063.3을 나타내고 있다. 전날 기록한 종가·장중 기준 연저점을 모두 갈아치웠다.[뉴스1]

25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34.28포인트(1.63%) 떨어진 2063.3을 나타내고 있다. 전날 기록한 종가·장중 기준 연저점을 모두 갈아치웠다.[뉴스1]

류용석 KB증권 연구원은 “완벽하게 주가 하락의 요인을 갖춘 하루였다”며 “2~3개월에 걸쳐 나타나야 할 악재가 한꺼번에 다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발(發) ‘검은 수요일’의 저주가 2주 만에 한국 증시를 다시 덮쳤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산업지수(-2.41%)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3.09%)가 동반 하락했다. 정보기술(IT)주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종합지수는 이날 하루 사이 4.43% 내렸다. 2011년 8월 18일 이후 7년여 만에 최대 하락률이다.

그리스 국가 부도 사태로 촉발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만큼의 충격이 뉴욕 증시에 번졌다. 그동안 미국 주가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기술주가 무너지면서 파장을 키웠다.

2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발표한 베이지북(경기 동향보고서) 내용이 불안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내년 10% 추가 감세안도 같은 이유로 뉴욕 증시를 얼어붙게 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부진 조짐, 주요 IT 기업의 부진한 실적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조정 폭을 키웠다.

24일 코스닥 지수 700선이 붕괴된 데 이어 25일 코스닥 하락세가 계속됐다. 이날 코스닥 마감 수치 687.84가 표시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전광판. [사진 한국거래소]

24일 코스닥 지수 700선이 붕괴된 데 이어 25일 코스닥 하락세가 계속됐다. 이날 코스닥 마감 수치 687.84가 표시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전광판. [사진 한국거래소]

충격은 고스란히 한국 증시에도 전해졌다. 이날 한국은행의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 경기와 국내 기업 실적 불안도 주가 하락에 한몫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던진 물량을 받아내며 증시를 간신히 떠받쳐왔던 개인투자자까지 등을 돌렸다. 이날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81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3633억원)의 투매에 가담했다.

공포가 공포를 부르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그동안 쌓아온 상승 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지난 1월 기록한 고점 대비 20.59%, 25.91% 각각 감소했다. 1월부터 이날까지 두 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409조원에 이른다.

최근 1년 중 최저가를 기록(52주 신저가)한 종목도 넘쳐나고 있다. 국내 시총 1~3위 회사인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셀트리온 모두 나란히 1년 전 주가로 돌아갔다. 지난 24일만 해도 코스피(176개), 코스닥(289개) 합쳐 465개 종목이 1년래 최저 가격을 기록했다.

주가 하락으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19억5500만원, 코스닥에서 187억2300만원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는데 주가 하락으로 담보 비율을 못 맞추면 증권사는 강제로 매도(반대매매)에 나선다. 주가가 내려가면서 반대매매 물량도 몰렸다.

증시 조정이 끝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고비는 미국 중간선거와 미ㆍ중 정상회담이 몰려있는 다음 달이다. 반등의 실마리 역시 미국이 쥐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결국 이번 증시 하락의 원인은 미국 쪽”이라며 “미국 기업 이익과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 증시 상황은 ‘2019년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이번 주가 지나면서 구글ㆍ애플 등 주요 IT 기업의 실적이 계속 발표되는데 이를 전후에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정점을 통과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국에서 해결의 기미가 보여야 우리 증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숙ㆍ이후연ㆍ정용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