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통합론 솔솔 나오는데, 이희호 여사 찾은 손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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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4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김 전 대통령께서 마련해 놓으신 한반도 평화의 길을 문재인 대통령이 잘 이어받아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이희호 여사 자택을 찾아 이 여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바른미래당 제공)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이희호 여사 자택을 찾아 이 여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바른미래당 제공) [뉴스1]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의원, 채이배 대표 비서실장 등과 이 여사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 “한반도 평화가 잘 진행돼서 여사님께서 아주 감회가 깊으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0분 간 이어진 이날 면담에선 주로 남북관계가 화제에 올랐다. 손 대표는 “여사님께서 더욱 건강하셔서 한반도에 평화가 제대로 자리 잡고, 미북 간 관계가 아주 좋아져서 수교도 되고, 평화체제가 되고,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이 바라셨던 남북평화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여사는 “네 기뻐요”라고 답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희호 여사 자택에서 이 여사를 예방하며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희호 여사 자택에서 이 여사를 예방하며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평화의 뿌리는 김 전 대통령”이라며 “남북평화가 잘 진행되는 데 김 전 대통령의 역할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잘하고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의 뜻이 활짝 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예방은 당 대표 취임 인사차 이뤄졌다. 당초 9월 중 방문하려 했지만, 이 여사의 건강 문제로 10월로 미뤄졌다. 당초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지만, 손 대표가 이날 오전 예방 일정을 공개했다.

이 여사 예방은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는 정치인에게는 빠질 수 없는 주요 행사다. 과거 DJ를 지지했던 호남 유권자들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 전신인 국민의당 시절부터 이 여사 예방을 둘러싸고 정치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창당되던 2016년 1월 이 여사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안철수 의원이 주축이 돼 꼭 정권교체 하시라”고 말했다는 안 전 대표 측의 주장을 놓고 벌어진 진실공방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에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준비하던 안 전 대표가 이 여사를 예방하지 않자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호남패싱’ 공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손 대표에겐 호남의 지지율 회복이 주요 과제다. 바른정당과의 통합과정에서 호남 민심이 이반되며 통합 시너지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남 민심 잡기는 녹녹지 않은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현재 호남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서 호남에 대한 망언이라도 나오지 않는 한 민주당으로부터 되찾기가 힘들다”며 “당내 호남 의원들도 지역구 관리에 매진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으로부터의 보수 통합 공세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은 보수 주자 간담회에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초청했다. 손 대표는 “유 전 대표는 간담회에 분명히 안 갈 것”이라며 “한국당은 태극기부대를 보수진영에 끌어들이겠다고 하는데 자중지란 밖에 더 생기겠냐”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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