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생전 주치의들 "물리력에 의한 치아 변형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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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했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치아에 물리력으로 인한 변형의 흔적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법정에 제출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4일 보도했다.

VOA, 법원에 제출된 소견 내용 보도 #"北여행 전후 아랫니 위치 바뀌어" #폭력이나 고문에 노출됐을 가능성 제기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오토 웜비어가 2016년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오토 웜비어가 2016년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방송에 따르면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되기 전 그를 진료했던 치과 의사 2명은 미 워싱턴DC 소재 연방법원에 웜비어의 아랫니 2개의 위치가 크게 바뀌었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냈다.

VOA는 이런 의견에 대해 “(웜비어가) 북한에 머물 당시 어떤 물리력에 의해 치아가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폭력이나 고문에 노출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고 보도했다.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가 1년 5개월 간 억류됐으며 지난 해 6월 의식 불명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후 엿새 만에 숨졌다.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 4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북한 정부에 아들의 사망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웜비어를 진료한 타드 윌리엄스 박사는 과거 웜비어의 치아를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과, 웜비어가 사망한 뒤 찍은 두개골 스캔 사진을 첨부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사망 전 사진에서는 아랫니가 정중앙에 위치했지만, 사망 후 촬영된 사진에서는 치아가 있어야 할 위치에서 뒤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윌리엄스 박사는 이에 대해 “웜비어를 마지막으로 진료했던 2015년 5월 27일 이후 어떤 ‘힘’(force)이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2011∼13년 웜비어의 치과 주치의였던 머레이 도크 박사도 소견서에서 아래쪽 중간 치아 네 개의 위치가 북한 여행을 전후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런 변화는 어떤 충격(impact)으로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송환 당시 미국 측에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가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송환된 웜비어를 진료한 신시내티대 메디컬센터의 데니얼 캔터 박사는 웜비어의 사인은 저산소성 허혈성으로 인한 뇌 손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보툴리누스균 중독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뇌손상이 왔을 가능성은 적다고 북한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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