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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양재동 사저」 한때 신축 추진|땅값 10억 남긴 뒤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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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두환 전대통령은 퇴임 후에 대비, 서울 양재동 3천여평 대지에 대규모 사저를 비밀리에 신축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27일 구속 수감된 장세동 전대통령 경호 실장의 범죄 사실에 나타난 것으로 장씨는 이 대지 조성 과정에서 도시 계획을 마구 바꾸도록 서울시·건설부 고위 간부들에게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저 부지로 내정 됐던 대지는 양재 전철역에서 남쪽으로 성남시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오른쪽에 있는 요지로 앞쪽을 제외한 3면이 우면산 속에 둘러싸인 최고의 정남향 신흥 주택지로 지금은 10억원을 호가하는 호화 빌라·저택들이 즐비한 곳이다.
전 전대통령은 84년 이 부지를 싯가의 절반인 9억7천6백60만원에 샀다가 87년2월 신축 계획을 포기하고 신동아건설에 20억원에 팔아 넘겨 10억원의 전매 차익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국회 국정 감사 과정에서 『신동아건설이 소유한 양재동 일대 토지가 갑자기 군사 보호 지역에서 해제되고 토지 구획 정리 사업이 시행된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말썽이 인데다 검찰이 최순영 신동아 회장을 소환, 추궁한 끝에 밝혀졌다.
◇물색=전 전대통령으로부터 서울 연희동 사저가 너무 노출되었으므로 퇴임 후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집을 비밀리에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은 장씨는 82년9월 당시 김성배 서울시장·안상영 서울시 도시 계획국장 (현 부산 시장)을 불러 부지 1천여평 규모의 택지 또는 주택을 물색, 보고토록 지시했다.
그후 안씨가 4개소를 추천하자 현장 답사를 해본 장씨는 양재동 74일대 3천여평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이때 장씨는 직접 헬기를 타고 세번이나 이곳을 공중 답사했으며 보고를 받은 전 전대통령도 흡족해 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산세가 소가 누운 모습인데가 그중 좌청룡·우백호가 가장 뚜렷한 곳이며 거북머리 부분의 태극 모양으로 되어 있어 누가 봐도 명당임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압력=이곳이 군사 시설 보호 구역으로 개발 제한되자 장씨는 국방부장관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토지 구획 정리 사업을 시행토록 서울시에 지시했다.
또 이 땅의 소유주이던 신동아건설에는 택지 앞부분 인접한 땅으로 환지해 주었으나 그후 이곳에 아파트 등이 들어서면 사저의 전망이 안 좋다고 판단, 서울시·건설부에 압력을 가해 신동아건설이 차지한 땅을 「공용의 청사 부지」로 고시토록 해 일체의 건물을 못 짓도록 했다.
◇매입·매도=장씨는 84년8월 이 땅을 평당 32만원 꼴인 9억7천6백60여만원에 신동아건설로부터 사들였다.
매입 대금은 전 전대통령이 주었으나 명의는 경호실 직원인 손삼수씨로 했다.
신동아건설은 환지 받은 땅에도 건물을 못 짓게 되자 불평하기 시작했고 장씨 후임으로 경호실장이 된 안현태씨가 전 전대통령에세 말썽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사저 신축 계획을 포기하고 연희동 사저를 중·개축토록 건의 87년2월8일 20억원을 받고 신동아건설에 되돌려 주어 사저 신축 계획은 백지화됐다.
당시 싯가는 평당 1백50만원 (현싯가 4백만원)이었으나 신동아건설이 양도소득세 4억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싯가의 절반 값에 팔아 넘겼고 땅값은 다시 전 전대통령에게 돌아갔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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