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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자급제 논란 … “거품 사라질 것”vs“대리점만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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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통신사 서비스 가입과 휴대폰 단말기 구매를 분리하는 이른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통신사·대리점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갑론을박이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원래 취지처럼 통신비·단말기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과, 효과가 미미하고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는 반대 측 주장이 대립한다.

통신사·단말기 따로 고르는 제도 #“이통·제조사 경쟁으로 값 인하” #정치권·소비자 도입 적극 찬성 #대리점 “소형 판매점 정리 나서나” #일각 “5만 대리점 일자리 고려를”

완전자급제는 그간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대안으로 종종 언급됐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에 대한 공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선택약정할인 등) 등을 시행했지만 여전히 통신 시장의 불법 보조금 문제를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통신사들이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쓰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결국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통신 매장에서 요금제만 가입하고 휴대폰은 단말기 판매점 등 다른 유통망을 통해 구매하게 된다. TV를 가전제품 매장에서 사고, 케이블·IPTV 서비스는 해당 서비스 업체에 따로 가입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불투명한 통신사 가격 구조, 고가의 프리미엄 휴대폰 위주의 가입자 유치 등 부작용이 일정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통신사는 통신사끼리 경쟁하고, 단말기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경쟁해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도 생길 수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지난 1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도 “제조사가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단말기 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통신사는 여론 탓에 통신비를 낮추지만, 제조사는 비싼 단말기를 판매해 이익을 본다”(이철희 민주당 의원)는 등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이에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 정부 들어서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어르신 요금감면 등 통신비 인하 정책을 여럿 내놨지만, 여전히 높은 단말기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통신비 인하 체감 효과는 정부의 기대만 못 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지난해부터 김성태(자유한국당 비례대표)·김성수·박홍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완전자급제 도입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통신사 대리점들의 격렬한 반대가 변수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의회, 이동통신유통협회 등은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더라도 기대한 것만큼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자급제는 소형 판매점들을 정리하기 위한 대기업의 악의적인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전국의 통신사·대리점 수는 약 5만곳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국내 편의점 수(4만여곳)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유 장관도 “통신 유통 종사자들의 일자리 문제까지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은 대체로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통신사 관계자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가 현재 보조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 제도 등을 유지해야 할 법적인 근거가 없어진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애플·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완전 자급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단말기 가격이 크게 내리진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완전자급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김성태 의원은 22일 “네티즌 중 53%가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며 반대 의견(11%)을 크게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같은 날 “통신사들이 단말기 유통시장에 뿌린 불법 초과지원금이 지난 한해만 약 1조5917억원”이라며 “유통 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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