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찢겨진 울릉도 또 고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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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부서진 집을 고치기 위해 자재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폭풍주의보로 육지에서 배가 오지 않으니…."

경북 울릉군 서면 태하리 이장 김윤규(39)씨는 긴 한숨을 내 쉰다.

태풍 '매미'로 파도가 덮쳐 집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진 집이 수두룩 하지만 복구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유리창이 없는 10여 가구는 지난 18일 밤 불어닥친 비바람에 안방까지 젖었다. 정전이 됐지만 양초가 없어 칠흑같은 밤을 보냈다.

金씨는 "부족한 식량은 농협을 통해 공급 받았지만 시멘트.합판.새시 등 복구 자재는 전혀 없다"고 말하고 "포항에서 자재를 실은 배가 들어와야 할텐데 다시 뱃길이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태풍으로 일주도로가 끊겨 섬 곳곳이 고립된 울릉도가 폭풍주의보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태풍의 충격에서 벗어난 주민들이 복구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번엔 자재를 실은 배가 오지 않아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벌써 4일째다.

포항기상대는 지난 18일 오후 8시를 기해 울릉도를 포함한 동해 중부 해상에 폭풍주의보를 내렸다. 이에 따라 19일 오전 10시 승객 1백50여명을 태우고 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려던 여객선 썬플라워(2천3백94t)의 발이 묶였다. 이 배에는 서면 남양.태하리 등의 수재민에게 줄 전기요와 간이 침대 등의 구호 물자와 일부 복구자재들이 실려 있었다. 서면 지역의 부서진 일주도로 중 임시 복구한 구암~울릉읍 사동 사이 1㎞에 깔 부순 돌(쇄석)2천t을 실은 배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바위나 돌로 도로 터를 만들고 흙을 깔았지만 진흙탕이 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울릉군의 강두성 건설과장은"잔돌을 깔지 않으면 응급복구를 해도 차량이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창틀을 갈 새시업자와 집을 복구할 기술자도 전혀 없다.

대형 포클레인이 없어 작은 굴삭기들이 일주도로를 가로막는 있는 거대한 바위들을 일일이 깨 치우고 있다. 포항으로 나올 2백여명도 배가 오지 않아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군청 소재지인 도동에서 고립된 서면과 섬목 구간을 하루 두차례씩 오가던 임시 배편도 19일부터 다시 끊겼다.

울릉도와 수해지역이 또 다시 고립된 것이다.

주민들은 "하루빨리 태풍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장비나 자재가 전혀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며 "하루빨리 여객선이 운항돼 복구작업을 해야 하는데 큰 일"이라고 답답해 했다.

포항기상대는 "22일 낮쯤 폭풍주의보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여객선의 출항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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