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명령」거부하면 형사고발 가능|전·최 전대통령에 발부된「동행장」의 법적 성격과 각 당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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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동행명령 장이 26일 결국 집행됐다.
이날 광주특위의 김영선 심의 관(3급) 등 광주특위직원 2명은 먼저 최규하 전대통령에 대한 동행명령 장을 가지고 서교동 최전 대통령 자택으로가 비서실에 오전8시40분쯤 전달했다.
특위직원들은 철문이 굳게 닫힌 최씨의 자택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자택 앞에 간이 건물로 지어진 비서실에서 최홍순 비서관에게 명령 장 원본을 보여주고 사본을 교부했다.

<최씨 친필 거부사인>
최 비서관은 사본을 본 뒤『먼저와 뜻이 같습니다』라며 미리 준비한 최전 대통령의 거부서한을 제출했다.
문동환 특위위원장 앞으로 된 이 서한은『최규하 전대통령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라는 머리말 다음에 최씨의 완곡한 거절의사가 씌어 있었다.
김 심의관등 특위직원이『최 전대통령 본인의 뜻임을 확인할 증빙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최 비서관은 건너편 자택으로 들어가 3분만에 이 서한에 최 전대통령의 친필 사인을 받아 와 특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최 비서관은 이날『최 전대통령이 감기가 들어서 내가 접수를 대신했다』고 밝히고『동행명령 장은 보여 드렸으나「이미 편지로 의사를 밝혔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비서실엔 최씨 등 비서관 2명과 경호원 2명이 있었고 자택 문 앞엔 20여명의 보도진들이 대기했다.
특위직원들은 이날 오전9시쯤 국회로 돌아와 최전 대통령의 서한을 문 위원장에게 전달.
이어 특위직원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동행명령 장을 가지고 백담사로 떠났다.
그러나 전씨도 동행명령 장에 불응할 것이 확실시돼 국회의 첫 동행명령 장은 모두 증인들의 불응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동행명령 장은 국회증언감정 법 6조에 따라 동행대상자인 증인의 자택에 들어가 동행을 명령할 수 있지만 거부하면 강제로 데려올 수는 없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형사소송법 상 소환에 불응하는 증인에 발부되는 구인장과 구별된다.
당초 3야당은 이 강제성이 부여된 구인장으로 하려 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좌절됐고 그후 형사고발만이 가능한 동행명령 장으로 절충됐었다.
그러나 이에 불응할 경우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어 여야는 이를 둘러싼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형 소 법 대비엔 이견>
전·최씨가 동행명령에 불응함에 따라 앞으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사다. 국회증언감정 법은 동행명령에 불응하면 국회 모독 죄로 고발할 수 있으며 검찰은 2개월 이내에 기소, 5년 이내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동행명령장의 발부횟수나 고발시한 등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어 앞으로의 처리방향에는 여야의 해석이 다른 상태.
여당은 동행대상자의 불응의사가 명백한 이상 즉시 고발해야 하며 횟수와 관련해서는 형사소송에 있어 증인소환의 경우 2,3차례 소환장을 보내다 불응하면 구인장을 발급하는 것이 관행으로 확립돼 있다는 점을 들어 이미 증인출석요구서를 보냈으니 동행명령 장은 1차례로 그치고 불응하면 고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기본적으로 국회본능을 확보키 위한 입법취지를 형사소송법과 대비하는 것은 무리인데다 형사소송법 상에도 증인소환장의 발부 횟수가「관행」으로만 2, 3차례로 제한됐을 뿐 명문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고발조치를 당분간 유예한 채 앞으로도 2, 3차례 동행명령장의 재 집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동행명령거부를 곧바로 고발로 연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당 측은 이 단계에서 검찰고발로 연결시켜 버리면 전·최씨 증언문제가 검찰 손으로 넘어가 버려△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에 절대 필요한 최·전씨의 증언청취는 사실상불가능해지고 △「전직대통령고발」이라는 새로운 쟁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진상은 규명하되 전직대통령의 처벌은 원치 않는다」는 일부 야당 측의 기존논리와도 모순되는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동환 위원장도 국회법에 동행명령 장 발부의 횟수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는 점을 들어『이번은 1차 동행명령에 불과하며 불응하면 앞으로 2, 3차 명령 장을 발부해 두 전대통령이 반드시 국회에 출석토록 하겠다』고 밝혀 아직 고발문제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끝내 출석 요구의미>
따라서 이번 동행명령 집행은 문 위원장의 말마 따나 국회출석을 요구한다는 본래의 의미 외에△3김 회담의 「반드시 출석시킨다」는 합의사항을 뒷받침해 주고△최·전씨에게는 심리적 압력을 가하는 효과를 노리는 한편△동행명령을 거부하는데 대한 국민적 공 분을 불러일으켜 여론에 압력을 가하자는 전략이다.
여러 차례의 동행명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응할 경우엔 고발이 불가피하되 그때에 이르러서는 고발자체에 대한 여론의 뒷받침이 생겨 처벌에 대한 강제성이 높아지며 또 실제 처벌이 어려울 때는 그때 가서 여론의 동향을 살펴 가며 정치협상으로 조정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들을 야당 측에서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대해 민정당 측은 △전·최씨의 간접증언으로 국회증언문제를 끝내자는 게 기본생각이고 △야당 측이 동행명령 장 발부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차라리 검찰에 고발해 그것으로 종결지어 버릴 속셈을 갖고 있다.
때문에 전·최씨의 증언청취에 대한 여-야간의 협상이 영수회담을 비롯한 고위정치회담 등을 통해 특위 종결 쪽으로 풀리게 되면 돌파구가 열리게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전·최씨에 대한 동행명령 장은 여야의 정략과 얽혀 계속 불씨로 남을 것이다. <고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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