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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계속되는 여성비하, 그런데 왜 유엔대사는 여성 고집?

중앙일보

입력

스토미 다니엘스

스토미 다니엘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 시리즈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에 대해 "말상(Horseface)"이라고 인신 공격을 가했다.

스테파니 클리포드

스테파니 클리포드

클리포드는 2006년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으며, 2016년 대선 직전 이를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으로부터 13만 달러(약 1억 5000만원)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자신과의 성관계설 주장하는 스테파니에 "말상(Horseface)" #CNN, 여성 외모 비하하고 조롱하는 트럼프의 '경력' 집중 #"이방카 관심분야 의식해 유엔대사만큼은 여성 앉혀" 지적도

트럼프는 이에 앞서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인종 비하 표현인 '포카혼타스(인디언 추장의 딸)'이라 부르며 조롱했다. 워런이 2012년 상원의원이 되기 전까지 재직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채용됐던 것이 '소수 민족 특혜' 덕분이었다 주장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이에 워런 의원이 최근 유전자 검사(DNA)까지 해 "난 미국 원주민 체로키 부족의 혈통"이라고 주장하자 16일 세 차례나 트위터를 올려 "DNA 검사는 날조" "사기치고 있다"고 공격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여성에 대해 비하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그의 '전력'들을 집중 조명했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왔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CEO.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왔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CEO.

"젊고 아름다운 엉덩이만 갖고 있다면 (여기자가) 뭘 써도 괜찮다" (1991년 '에스콰이어' 인터뷰), "'미스 돼지(Piggy) 알리샤 마차도는 (미스 유니버스) 당선 후 몸무게가 엄청 늘었다. 최악의 미스 유니버스다"(96년), "빔보(bimbo·외모는 섹시하나 머리는 빈 여성을 뜻하는 비속어)인 그녀(메긴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디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2015년 대선 TV토론에서 진행자였던 켈리가 송곳질문을 던지자), "저 얼굴 좀 봐라. 어느 누가 저기에 표를 던지겠느냐. 다음 대통령의 얼굴이라고 상상할 수나 있겠느냐"(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CEO의 외모를 지목하며)는 발언도 있었다.

미카 브레진스키. [AP=연합뉴스]

미카 브레진스키. [AP=연합뉴스]

또 "난 자동으로 미인한테 끌린다. 그냥 바로 키스를 하게 된다. 마치 자석과 같다. 기다리지도 않아"(2005년 버스 안 대화 녹음파일에서), "2016년 마지막 밤에 미친(crazy) 미카가 사이코 조와 함께 3일 밤 연속 (트럼프 소유 플로리다주 리조트인) 마라라고에 있었다. 나더러 계속 합류하라고 했다. 당시 그녀는 페이스 리프팅(성형시술)을 해서 피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난 '싫다'고 했다"(MSNBC의 여성앵커 미카 브레진스키를 비난하며) 등의 발언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여성 비하 발언을 즐기는 트럼프이지만 유독 유엔대사 자리에는 여성을 앉히고 싶어한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

폴리티코는 이날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의 후임으로 헤더 나워트 현 국무부 대변인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밖에 후보로 거론되는 켈리 나이트 크래프트(주 캐나다 대사), 재미 맥코트(주 프랑스 대사) 등도 모두 여성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헤일리가 연말에 물러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22명 중 여성은 5명만 남게 된다"며 "여기에다 각 회원국의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능력은 여성이 더 낫다는 트럼프의 생각 때문에 유엔 대사 자리는 여성 몫으로 굳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른 이유보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의 관심 분야인 여성이나 인권 문제를 유엔대사가 주로 도맡아 처리하는 만큼 이방카가 대응하기 편한 여성으로 임명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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